몸이라는 기계
당신의 몸은 약 37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다. 세포 하나하나는 스스로 먹고 숨 쉬고 쓰레기를 버리는 작은 생명이지만, 몸 전체는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움직인다. 심장은 하루 10만 번 뛰고, 콩팥은 180 L의 물을 거르고, 근육은 체중만큼의 ATP를 만들었다 쓴다. 이 장은 그 기계의 지도를 펼치고, 이 책 전체에서 쓸 숫자들의 크기를 손으로 느껴 본다.
- 세포 → 조직 → 기관 → 기관계 → 몸의 단계를 구분하고, 기관마다 무게·에너지·혈류의 몫이 어떻게 다른지 읽는다.
- 하루 동안 몸이 하는 일(박동, 호흡, 여과, 산소 소비)을 숫자로 어림한다.
- 몸의 60 %가 물이고, 그 물이 세포 안과 밖에 어떻게 나뉘는지 설명한다.
- 몸집이 커질수록 kg당 대사량과 심박수가 줄어드는 법칙(클라이버 법칙)과, 큰 몸에 순환이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 정상 참고 범위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분포라는 것을 이해한다.
기관계의 지도
생리학(Physiology)은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는 학문이다. 해부학이 부품의 모양과 위치를 그린다면, 생리학은 그 부품이 무엇을 얼마나 빨리 하고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숫자로 따진다. 심장이 몇 mL를 짜내는지, 폐가 산소를 얼마나 빨리 넘기는지, 콩팥이 소금을 얼마나 버리는지 같은 질문이다.
몸은 층층이 쌓인 구조다. 같은 일을 하는 세포가 모이면 조직(Tissue)이 되고, 여러 조직이 한 가지 임무를 위해 모이면 기관(Organ)이 되며, 기관들이 하나의 큰 일을 나눠 맡으면 기관계(Organ system)가 된다. 심장과 혈관과 혈액이 함께 순환계를 이루는 식이다.
이 책은 기관계를 다섯 갈래로 묶는다. 피를 돌리는 순환, 산소를 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호흡, 힘을 내는 근육, 연료를 태우고 저장하는 에너지, 이 모두를 맞추는 신경·호르몬·콩팥·체온의 조절이다. 아래 몸 지도에서 장기를 눌러 보자. 그 장기가 체중의 몇 %인지, 쉬는 동안 몸 전체 에너지의 몇 %를 쓰는지, 심장이 내보낸 피의 몇 %를 받는지가 나온다.
몸 지도: 무게, 에너지, 혈류의 몫
세 막대를 나란히 보면 몸의 살림살이가 보인다. 뇌·간·심장·콩팥 네 기관은 합쳐서 체중의 6 % 남짓인데 쉬는 동안 쓰는 에너지는 60 %에 가깝다. 반대로 체중의 40 %를 차지하는 골격근은 쉴 때는 얌전하다가 달리기 시작하면 몸 전체 에너지의 80 % 이상을 가져간다. 이 "몫의 이동"이 운동 생리학의 거의 전부다(7장, 12장).
하루의 숫자
생리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몸에 붙여 두면 좋은 것은 크기의 감각이다. 심박수 70은 1분에 70번이지만, 하루로 늘리면 10만 번이다. 한 번에 70 mL씩이면 하루 7천 L, 욕조 수십 개 분량을 같은 5 L의 피로 돌려 쓴다는 뜻이다.
아래 계수기는 가상의 시계를 빠르게 돌린다. 심박수와 호흡수를 바꾸면 하루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마지막 칸의 ATP는 세포가 쓰는 에너지 화폐로, 몸 안에는 수십 g밖에 없지만 하루에 체중과 비슷한 무게만큼 만들어졌다 쓰인다.
하루의 계수기
몸은 무엇으로 되어 있나
몸무게의 약 60 %는 물이다. 70 kg인 사람이라면 42 L, 큰 생수통 두 개가 넘는다. 이 물은 한곳에 고여 있지 않고 칸이 나뉘어 있다. 약 3분의 2는 세포 안에 있는 세포내액(Intracellular fluid, ICF)이고, 나머지 3분의 1이 세포 밖의 세포외액(Extracellular fluid, ECF)이다. 세포외액은 다시 세포 사이를 채운 사이질액(Interstitial fluid)과 혈관 안의 혈장(Plasma)으로 나뉜다. 혈장은 몸 전체 물의 약 7 %, 3 L 남짓에 불과하다.
왜 여자는 50 %, 남자는 60 %라고 할까. 지방 조직에는 물이 10~20 %밖에 없고, 근육 같은 제지방 조직에는 약 73 %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체중이라도 체지방이 많을수록 몸의 물이 적다. 아래 막대에서 지방의 경계를 끌어 보자.
몸의 구성과 물의 세 칸
다온처럼 체중 78 kg, 체지방 24 %라면 어림 규칙으로는 약 47 L, 체지방을 반영하면 약 43 L다. 이 책에서 공식 계산에는 어림 규칙(`BD.tbw`)을 쓰지만, 실제 몸의 물은 체지방에 따라 몇 L씩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세포 안과 밖의 물이 어떻게 오가는지는 3장의 삼투에서, 혈장의 물과 소금을 콩팥이 어떻게 지키는지는 18장에서 다룬다.
몸집의 법칙
생쥐의 심장은 1분에 600번 넘게 뛰고, 코끼리의 심장은 30번 남짓 뛴다. 몸집이 커질수록 심장은 느려지고, 1 kg당 쓰는 에너지도 준다. 놀라운 것은 이 관계가 생쥐에서 코끼리까지 거의 한 줄의 직선(로그 눈금에서) 위에 놓인다는 점이다. 1930년대 막스 클라이버가 정리한 이 관계를 클라이버 법칙(Kleiber's law)이라 한다.
지수 3/4이 핵심이다. 몸무게가 16배가 되면 대사량은 16배가 아니라 8배(16의 3/4제곱)만 는다. 그래서 kg당 대사량은 절반이 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동물의 몸무게를 끌어 보자. 흐린 점선은 "몸집에 정비례한다면"의 선이다.
생쥐에서 코끼리까지
왜 하필 3/4일까. 아직 완전히 합의된 답은 없지만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공급망이다. 큰 몸은 모든 세포에 혈관을 뻗어야 하고, 혈관 나무가 몸을 채우는 방식이 대사량을 몸무게보다 느리게 늘린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공급의 문제라는 점은 같다. 다음 절에서 그 공급을 직접 보자.
왜 큰 몸에는 순환이 필요한가
세포는 표면을 통해 산소와 양분을 받는다. 그런데 크기가 커지면 부피(필요한 양)는 지름의 세제곱으로, 표면적(들어오는 길)은 제곱으로 는다. 공 모양이라면 표면적 대 부피의 비는 \(S/V = 3/r\)이어서 반지름이 10배가 되면 부피 1 mL당 표면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분자가 저절로 퍼지는 확산(Diffusion)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는 시간이 걸린다. 산소가 10 µm를 퍼지는 데 약 25 ms, 1 mm에는 약 4분, 1 cm에는 약 7시간이 걸린다. 아래에서 공 모양 덩어리의 크기를 분자에서 사람까지 끌어 보자. 색은 공의 단면에서 산소 농도다.
크기를 키우면 산소가 닿지 않는다
답은 분명하다. 확산은 수십 µm까지만 쓸모 있는 운반 수단이다. 그래서 큰 몸은 피를 밀어서 나르는 대류(Convection, bulk flow)를 발명했다. 심장이 피를 몸 구석구석까지 밀어 보내고, 마지막 수십 µm만 확산에 맡긴다. 폐의 벽이 0.5 µm 남짓으로 얇고 모세혈관이 세포마다 붙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확산의 법칙은 3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계통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
책은 장마다 한 기관씩 다루지만 몸은 그렇게 나뉘어 움직이지 않는다. 10 km 달리기 하나에도 거의 모든 계통이 동원된다. 다리 근육이 산소를 요구하면 폐는 환기를 늘리고, 심장은 박출량을 늘리고, 혈관은 피를 근육 쪽으로 돌리고, 간은 포도당을 풀고, 피부는 열을 버리고, 콩팥은 물을 아낀다. 이 모두를 뇌와 호르몬이 지휘한다.
아래 그림에서 계통 하나를 눌러 보자. 그 계통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화살표와 흐름의 크기가 나온다. 강도를 올리면 숫자와 흐름이 함께 커진다.
달리기 한 번에 계통이 어떻게 이어지나
이 그림이 이 책의 지도다. 2장에서는 이 연결들이 어떻게 값을 지키는지(피드백), 3장에서는 모든 화살표의 맨 끝인 세포의 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본 뒤, 4장부터 화살표를 하나씩 따라간다.
정상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검사 결과지에는 "참고 범위 60~100" 같은 숫자가 붙어 있다. 이 범위 안이면 정상, 밖이면 비정상일까. 대부분의 참고 범위(Reference interval)는 건강한 사람 수백 명을 재서 가운데 95 %가 들어가는 구간으로 정한다. 정의상 건강한 사람 20명 중 1명은 범위 밖에 나온다.
아래 분포에서 값을 끌어 보자. 그 값이 건강한 사람 가운데 몇 번째쯤인지(백분위)가 나온다. 검사 항목 수를 늘리면 "적어도 하나가 범위 밖"일 확률이 얼마나 빨리 커지는지도 볼 수 있다.
참고 범위는 분포다
참고 범위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나는 건강한 사람의 분포에서 나온 통계 범위(심박수, 대부분의 혈액 검사), 다른 하나는 그 값 이상에서 병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로 정한 진료 기준(혈압, 공복 혈당, 콜레스테롤)이다. 진료 기준은 학회와 시기에 따라 다르고, 새 연구가 나오면 바뀐다. 이 책은 국내 진료 지침에서 흔히 쓰는 경계값을 쓰되, 그때마다 이 점을 밝힌다.
이 책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검사 수치가 걱정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다온을 소개한다
이 책은 한 사람의 몸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간다. 정다온(가상의 인물)은 34세, 키 175 cm, 몸무게 78 kg, 체지방 약 24 %의 사무직이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지난 건강검진에서 안정 심박수 72 bpm, 혈압 128/82 mmHg, 공복 혈당 98 mg/dL, 당화혈색소 5.6 %가 나왔고, 운동 부하 검사로 잰 최대 산소 섭취량(VO2max)은 38 mL/kg/min이었다. 모두 "아직은 정상, 하지만 경계 근처"인 숫자들이다.
다온은 12주 뒤 가을 10 km 달리기 대회(기온 24 °C, 습도 60 %)에 나가기로 했다. 지금 몸으로 달리면 약 58분, 12주 훈련 뒤에는 약 50분을 목표로 잡았다. 이 책의 질문은 하나다. 이 몸이 10 km를 달리려면 무엇이 얼마나 바뀌어야 하는가.
먼저 다온의 몸을 숫자로 적어 두자. 아래 계산기는 키·몸무게·나이·성별로 이 책에서 자주 쓸 숫자를 낸다. 자신의 숫자를 넣어 다온과 비교해 보자. 입력한 값은 이 페이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다온의 숫자, 나의 숫자
BMI 25.5, 몸의 물 약 47 L, 하루 심장 박동 약 10만 번
다온(34세, 175 cm, 78 kg)의 몸을 숫자로 적으면 BMI 25.5(국내 기준 비만 1단계의 문턱, WHO 기준 과체중), 체표면적 약 1.94 m², 몸의 물 약 47 L(체지방을 반영하면 약 43 L), 혈액 약 5.5 L다. 안정 심박수 72로 하루 약 10만 4천 번, 분당 14회 호흡으로 하루 약 2만 번 숨을 쉰다. 쉬는 동안 심장은 하루 7천 L 넘는 피를 내보내고, 기초대사량은 약 1,709 kcal다. 이 몸이 12주 뒤 10 km를 약 50분에 달리려면 심박출량은 쉴 때의 세 배 넘게, 산소 섭취는 아홉 배 가까이 늘어야 한다.
핵심 정리
- 몸은 분자 → 세포 → 조직 → 기관 → 기관계 → 몸으로 쌓이고, 단계마다 새 성질이 생긴다. 이 책은 기관계를 순환·호흡·근육·에너지·조절 다섯 갈래로 묶는다.
- 기관의 무게와 일의 몫은 다르다. 뇌·간·심장·콩팥은 체중의 6 % 남짓인데 쉬는 동안 에너지의 약 60 %를 쓰고, 콩팥은 0.3 kg으로 혈류의 약 22 %를 받는다.
- 하루의 숫자: 심장 박동 약 10만 번, 호흡 약 2만 번, 내보낸 피 약 7,000 L, 콩팥 여과 약 180 L, ATP는 체중과 비슷한 무게.
- 몸무게의 약 60 %가 물이다(지방이 많을수록 적다). 2/3는 세포 안, 1/3은 세포 밖이고, 혈장은 몸 전체 물의 약 7 %다.
- 대사량은 몸무게의 3/4제곱, 심박수는 −1/4제곱에 비례한다(클라이버 법칙). 확산 시간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1 mm를 넘으면 쓸모가 없어지므로 큰 몸에는 순환이 필요하다.
- 참고 범위는 건강한 사람의 가운데 95 %이거나, 위험이 커지는 경계로 정한 진료 기준이다. 범위 밖이 곧 병은 아니고, 기준은 학회·시기에 따라 다르다.
확인 퀴즈
체중의 약 2 %인데 쉬는 동안 몸 전체 에너지의 약 20 %를 쓰는 기관은?
안정 심박수 60 bpm, 1회 박출량 80 mL인 사람의 심장이 하루(1,440분) 동안 내보내는 피에 가장 가까운 것은?
클라이버 법칙(대사량 ∝ 몸무게3/4)에 따르면, 몸무게가 16배인 동물의 기초대사량은 몇 배인가?
확산만으로 산소를 나르는 데 한계가 있어 큰 몸에 순환계가 필요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건강한 사람의 가운데 95 %로 정한 참고 범위를 서로 독립인 검사 20개에 적용할 때, 건강한 사람이 적어도 한 항목에서 범위 밖으로 나올 확률에 가장 가까운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