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몸
달리기를 시작하면 다리 근육의 에너지 소비는 몇 초 만에 수십 배로 뛴다. 그런데 근육 안에 쌓아 둔 ATP는 2~3초분밖에 없다. 몸은 서로 다른 속도와 용량의 세 가지 발전기를 차례로 켜서 이 틈을 메운다. 이 장은 그 발전기들이 언제, 얼마나 일하는지 보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능력(VO2max)과 젖산이 쌓이기 시작하는 강도(젖산 역치)가 10 km 기록을 어떻게 정하는지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다온의 12주 훈련을 직접 짜 본다.
- 인산크레아틴, 해당 과정, 산화 과정의 속도와 용량을 비교하고 운동 시간에 따른 기여를 읽는다.
- 운동을 시작하고 끝낼 때 산소 섭취가 늦게 따라오는 이유와 산소 부족·운동 뒤 산소 소비를 설명한다.
- 점증 부하 검사에서 젖산 역치와 VO2max를 찾고, 둘이 경기 기록을 어떻게 나눠 정하는지 계산한다.
- 강도에 따라 지방과 탄수화물의 비율이 바뀌는 교차와, 심박 구간으로 훈련 강도를 나누는 법을 이해한다.
- 훈련이 바꾸는 것들의 시간 상수와 체력-피로 모델로 훈련 계획과 테이퍼의 효과를 따져 본다.
세 개의 발전기
근육이 쓰는 에너지 화폐는 단 하나, ATP(Adenosine triphosphate)다. 교차다리가 한 번 당길 때, 칼슘을 다시 퍼 넣을 때, 나트륨-칼륨 펌프가 돌 때 모두 ATP를 쓴다(11장). 문제는 근육 안의 ATP가 kg당 약 5 mmol, 전력 질주라면 2~3초면 바닥나는 양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ATP는 저장고가 아니라 통로다. 쓰는 만큼 거의 같은 속도로 다시 만들어진다.
다시 만드는 길은 셋이다. 이미 만들어 둔 고에너지 인산을 바로 넘겨주는 인산크레아틴 시스템(Phosphocreatine, PCr), 포도당을 산소 없이 반쯤 쪼개는 해당 과정(Glycolysis), 그리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로 연료를 끝까지 태우는 산화 과정(Oxidative phosphorylation)이다. 빠를수록 용량이 작고, 느릴수록 용량이 크다.
아래는 전력을 다해 달릴 때 세 시스템이 매 순간 내는 ATP 공급 속도다. 세로선을 끌어 운동 시간을 정하면 그 시간 동안 쓴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 나눠 보여 준다.
전력 운동의 에너지 내역
유산소와 무산소가 반반이 되는 지점은 약 1분 남짓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르다. 800 m 달리기(약 2분)도 이미 절반 넘게 유산소이고, 다온이 뛸 10 km(약 58분)는 98 % 가까이 유산소다. 그러니 10 km 기록을 정하는 것은 산소를 얼마나 들이고(VO2max), 그중 얼마를 젖산이 쌓이지 않는 선에서 쓸 수 있느냐(젖산 역치)다.
인산크레아틴은 작은 대신 다시 채우는 것도 빠르다. 쉬는 동안 산화 과정이 만든 ATP로 30~60초의 시간 상수로 회복된다. 인터벌 훈련에서 쉬는 시간이 왜 중요한지 아래에서 보자.
인터벌 질주와 인산크레아틴 회복
산소 섭취는 늦게 따라온다
제자리에서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면 근육이 쓰는 에너지는 첫 걸음부터 늘지만, 폐에서 재는 산소 섭취량은 1~3분에 걸쳐 천천히 오른다. 심장 박출량이 늘고, 근육의 혈관이 열리고, 미토콘드리아의 효소가 깨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사이의 모자란 몫은 인산크레아틴과 해당 과정이 빌려준다. 이 빚을 산소 부족(Oxygen deficit)이라 한다.
운동을 멈춘 뒤에도 숨이 한동안 거친 것은 빚을 갚는 중이기 때문이다. 인산크레아틴을 다시 채우고, 높아진 체온과 심박수, 호르몬을 되돌리는 데 산소가 더 든다. 이것을 운동 후 초과 산소 소비(Excess post-exercise oxygen consumption, EPOC)라 한다. 아래에서 운동 강도(점선 계단)를 위아래로 끌어 보자.
산소 부족과 운동 뒤 산소 빚
산소 부족은 운동 처음 몇 분이 왜 가장 힘든지 설명한다. 몸이 아직 산소 공급을 다 끌어올리지 못해 무산소 시스템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 운동은 이 첫 단계를 미리 지나 놓는 일이다. 대회에서 출발하자마자 너무 빨리 달리면 빚이 커지고, 그 빚은 남은 거리 내내 따라온다.
점증 부하 검사: 역치와 VO2max 찾기
몸이 1분에 쓸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최대 산소 섭취량(Maximal oxygen uptake, VO2max)이라 하고, 체중 1 kg당 mL/min으로 나타낸다. 산소는 폐 → 피 → 심장 → 근육의 사슬을 지나므로, VO2max는 그 사슬의 곱으로 정해진다. 이것이 피크 원리(Fick principle)다.
VO2max는 러닝머신 속도를 1분마다 조금씩 올리며 숨을 분석해 잰다. 이때 피 속 젖산(Lactate)도 함께 재면, 처음엔 거의 그대로이다가 어느 강도부터 꺾여 가파르게 오르는 지점이 보인다. 그 지점이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다. 젖산 자체는 노폐물이 아니라 다른 근육과 심장이 태우는 연료인데, 만드는 속도가 치우는 속도를 넘기 시작하는 것이 역치다. 아래 검사에서 젖산 곡선이 꺾이는 곳에 세로 표지를 끌어다 놓아 보자.
러닝머신 점증 부하 검사
다온의 검사 결과는 VO2max 38 mL/kg/min, 젖산 역치는 VO2max의 약 60 %(심박 약 139)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사람에게 흔한 숫자다. 역치를 넘는 강도에서는 젖산과 수소 이온이 쌓이며 오래 버티지 못한다. 역치 근처, 젖산 약 4 mmol/L 정도의 강도가 한 시간짜리 경기를 달릴 수 있는 상한이다.
VO2max만으로는 기록을 알 수 없다
VO2max가 크면 빨리 달릴 수 있다. 하지만 VO2max가 같은 두 사람의 10 km 기록이 몇 분씩 차이 나는 일은 흔하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VO2max의 몇 %를 한 시간 가까이 유지할 수 있느냐, 즉 젖산 역치다. 같은 산소로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달리기 경제성)도 한몫한다.
아래 판 위의 점을 끌어 VO2max(세로)와 젖산 역치(가로)를 바꿔 보자. 오른쪽 막대는 두 가지 예측을 비교한다. VO2max만 보고 엘리트 선수처럼 그 몫을 다 쓸 수 있다고 가정한 기록(다니엘스 공식)과, 역치가 정하는 현실적인 기록이다.
VO2max와 젖산 역치가 정하는 기록
한 시간 남짓한 경기는 젖산이 약 4 mmol/L에 머무는 강도로 달린다. 다온의 지금 역치로 그 강도는 VO2max의 약 79 %, 속도로는 시속 약 10.4 km, 10 km 약 58분이다. 그때 심박수는 약 161, 호흡 교환율은 약 0.90이다. VO2max만 보면 약 52분에 달릴 몸이지만, 젖산이 일찍 쌓이는 근육 때문에 그 6분을 쓰지 못한다. 훈련으로 바꾸기 쉬운 쪽도 역치다.
지방과 탄수화물의 교차
산화 과정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모두 태운다. 지방은 몸에 수만 kcal가 있지만 태우는 속도가 느리고, 탄수화물(근육·간 글리코겐 약 2,000 kcal)은 빨리 태울 수 있지만 양이 적다. 강도가 오를수록 몸은 빠른 연료인 탄수화물 쪽으로 옮겨 간다. 두 연료의 비율이 뒤바뀌는 강도를 교차점(Crossover point)이라 한다. 숨에서 나오는 CO2와 들어가는 O2의 비, 호흡 교환율(Respiratory exchange ratio, RER)로 연료 비율을 알 수 있다(지방만 약 0.7, 탄수화물만 1.0, 13장).
강도에 따른 연료 비율
지방을 가장 많이 태우는 강도가 중간이라는 것은 "살을 빼려면 천천히 오래"라는 말의 근거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체중을 정하는 것은 하루 전체의 에너지 장부다(14장). 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반대 방향이다. 대회 속도의 RER 약 0.90이면 에너지의 약 3분의 2가 탄수화물이고, 58분이면 근육 글리코겐 수백 g을 쓴다. 글리코겐이 바닥나면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벽'을 만난다. 10 km에서는 드물고, 마라톤에서는 흔하다.
심박 구간과 훈련 강도의 배분
젖산을 매번 잴 수는 없으니 훈련할 때는 심박수로 강도를 어림한다. 최대 심박수와 안정 심박수 사이의 여유분(심박 예비량(Heart rate reserve))의 몇 %인지로 구간을 나누는 것이 카르보넨 공식(Karvonen formula)이다(7장).
지구력 선수들의 훈련 일지를 보면 훈련 시간의 약 80 %를 편한 강도(1~2구간), 약 20 %를 역치 위의 힘든 강도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양극화 훈련(Polarized training)이라 한다. 반대로 매번 "조금 힘든" 중간 강도로만 달리면 피로는 쌓이는데 자극은 애매하기 쉽다. 아래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한 주의 구간별 시간을 직접 나눠 보자.
다온의 심박 구간과 한 주의 배분
훈련이 바꾸는 것, 그리고 되돌아가는 속도
훈련은 몸에 작은 스트레스를 반복해서 주고, 몸이 다음 스트레스에 대비해 스스로를 고치게 하는 일이다. 바뀌는 것마다 속도가 다르다. 혈장량은 며칠 만에 늘어 1회 박출량을 키우고, 미토콘드리아 효소는 몇 주, 모세혈관은 그보다 느리게 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훈련을 멈추면 늘었을 때보다 빨리 되돌아간다.
적응의 시간 상수
되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쉬는 시간을 짜는 데 쓸모가 있다. 며칠 쉬어도 모세혈관과 근섬유 구조는 거의 그대로이고, 줄어드는 것은 주로 혈장량과 효소다. 그래서 대회 전 일주일쯤 훈련량을 줄여도(테이퍼) 체력은 거의 잃지 않으면서 쌓인 피로만 빠르게 걷힌다. 마지막 시뮬레이터에서 이 계산을 다온의 12주에 적용한다.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고혈압·당뇨·심장 질환이 있거나 운동 중 증상이 있으면 운동을 시작하거나 강도를 높이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검사 기준과 권고는 학회와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다온의 12주: 훈련을 직접 짜 보기
훈련의 효과를 숫자로 다루는 가장 단순한 모델이 바니스터의 체력-피로 모델(Fitness–fatigue model)이다. 훈련 하나는 두 가지를 남긴다. 천천히 쌓이고 천천히 사라지는 체력(시간 상수 약 42일)과, 빨리 쌓이고 빨리 사라지는 피로(약 7일)다. 그날의 컨디션은 체력에서 피로를 뺀 값이다.
아래 12주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주마다 달리는 시간을 정하자(주 4일에 나눠 달린다고 가정). 기본 계획은 3주 늘리고 1주 줄이는 흐름에 마지막 주를 가볍게 한 예시다. 대회 날의 체력으로 VO2max와 역치를, 그날 남은 피로로 컨디션을 어림해 10 km 기록을 예측한다.
다온의 12주 훈련 계획
VO2max 38 → 43, 젖산 역치 60 % → 68 %, 10 km 약 58분 → 약 50분
운동 부하 검사에서 다온의 VO2max는 38 mL/kg/min, 젖산 역치는 VO2max의 약 60 %(심박 약 139)였다. 젖산 약 4 mmol/L를 유지할 수 있는 강도는 VO2max의 약 79 %, 시속 약 10.4 km로 10 km 약 58분이다(그때 심박 약 161). VO2max만 보면 약 52분이 가능한 몸이지만 낮은 역치가 6분을 막는다. 체력-피로 모델로 짠 12주 예시 계획(주 90분에서 시작해 3주 늘리고 1주 줄여 11주째 200분, 마지막 주는 110분으로 테이퍼)을 돌리면 대회 날 VO2max 약 43, 역치 약 68 %로 어림되고, 이때 대회 강도는 VO2max의 약 83 %, 시속 약 11.9 km, 10 km 약 50분이다. 마지막 주를 줄이지 않으면 체력은 비슷한데 남은 피로 때문에 기록이 1분 남짓 늦어진다. 테이퍼는 7일 시간 상수의 피로를 걷어 내고 42일 시간 상수의 체력은 거의 남기는 계산이다.
핵심 정리
- 근육의 ATP는 2~3초분뿐이다. 인산크레아틴(약 10초), 해당 과정(수십 초~2분), 산화 과정(무한에 가까움)이 처음부터 함께 켜져 비율만 바뀐다. 유산소와 무산소가 반반인 운동 시간은 약 75초다.
- 운동을 시작하면 산소 섭취가 시간 상수 20~40초로 늦게 따라와 산소 부족이 생기고, 끝난 뒤에는 운동 후 초과 산소 소비로 갚는다. 훈련하면 시간 상수가 짧아진다.
- VO2max = 심박수 × 1회 박출량 × 동정맥 산소 차. 다온의 38 mL/kg/min은 184 bpm × 110 mL × 15 mL/dL ÷ 78 kg에 해당한다.
- 젖산 역치는 젖산 생산이 제거를 넘기 시작하는 강도다. 한 시간짜리 경기는 젖산 약 4 mmol/L 근처로 달리므로, 기록은 VO2max와 역치가 함께 정한다.
- 강도가 오르면 연료는 지방에서 탄수화물로 옮겨 간다(교차). 대회 속도의 RER 약 0.90이면 에너지의 약 3분의 2가 탄수화물이다.
- 훈련 적응은 지표마다 속도가 다르고, 대개 얻을 때보다 빨리 잃는다. 체력-피로 모델에서 테이퍼는 빠른 피로를 걷어 내고 느린 체력을 남긴다.
확인 퀴즈
전력으로 10초 동안 달리는 100 m 경기에서 ATP를 다시 채우는 데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은?
안정 심박수 72 bpm, 최대 심박수 184 bpm인 다온이 카르보넨 공식으로 강도 70 %의 목표 심박수를 정하면?
훈련을 하면 같은 운동을 시작할 때의 산소 부족이 줄어든다. 그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VO2max가 같은 두 사람의 10 km 기록이 크게 다를 때, 가장 먼저 의심할 차이는?
12주 뒤 다온이 10 km를 시속 12 km로 고르게 달린다면 기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