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과 피드백
한겨울 바깥은 영하 10 °C이고 한여름 찜질방은 60 °C인데, 몸속 온도는 37 °C에서 1 °C도 잘 벗어나지 않는다. 밥을 먹어도 굶어도 혈당은 70~140 mg/dL 사이에 머물고, 누웠다 일어서도 혈압은 몇 초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몸은 값을 지키는 기계다. 이 장은 그 기계의 설계도인 피드백 루프를 직접 만들고 망가뜨려 본다.
- 항상성 루프의 부품(설정점, 감지기, 조절 중추, 효과기)을 실제 예에서 찾는다.
- 음성 피드백의 이득이 클수록 남는 오차가 작아지는 이유와, 1/(1 + 이득) 관계를 설명한다.
- 신호가 늦게 도착하면 피드백이 출렁이고, 이득과 지연이 함께 커질수록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본다.
- 적분 제어, 양성 피드백, 앞먹임(예측)이 각각 언제 쓰이는지 구별한다.
- 설정점 자체를 옮기는 것(열, 운동)과 교란을 되돌리는 것을 구별한다.
값을 지키는 기계
19세기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는 몸 안의 액체, 곧 세포를 둘러싼 "내부 환경"이 바깥이 어떻게 변하든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1920년대 미국의 월터 캐넌은 이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 불렀다. "같은(homeo) 상태에 머문다(stasis)"는 뜻이다. 체온, 혈압, 혈당, 혈액의 pH, 산소와 이산화탄소 분압, 나트륨 농도가 모두 그렇게 지켜진다.
항상성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값을 재고, 원하는 값과 비교하고, 차이를 줄이도록 무언가를 움직이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에는 언제나 같은 부품이 있다.
몸 안의 루프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길은 집 안의 루프를 보는 것이다. 보일러의 온도 조절기는 방의 온도(조절 변수)를 온도계(감지기)로 재고, 사용자가 정한 온도(설정점(Set point))와 비교해 보일러(효과기(Effector))를 켜거나 끈다. 아래 방에서 바깥 기온과 설정 온도를 바꿔 보자.
방의 온도 조절기
보일러는 켜짐과 꺼짐 두 상태뿐이라 방 온도는 설정점 주위를 톱니처럼 오르내린다. 몸의 효과기 가운데 몇몇도 이렇게 거칠게 일한다. 떨림은 일정 체온 아래에서 시작되고 땀은 일정 체온 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효과기는 오차가 클수록 더 세게 일한다. 심장은 혈압이 많이 떨어질수록 더 빨리 뛴다. 이것이 다음 절의 비례 제어다.
이득: 얼마나 세게 되돌리는가
오차 1만큼에 효과기가 얼마나 세게 반응하는지를 이득(Gain)이라 한다. 이득이 4라면 체온이 0.1 °C 떨어질 때 효과기는 "0.4만큼" 열을 더 만든다. 그런데 오차에 비례해서만 일하는 장치에는 묘한 성질이 있다. 교란이 계속되는 한 오차를 완전히 0으로 만들지 못한다. 오차가 0이 되면 효과기도 멈추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오른쪽 곡선 위의 점을 끌어 이득을 바꿔 보자. 왼쪽 그래프에서 10초에 추위(교란)가 들이닥친 뒤 조절 변수가 어디까지 떨어졌다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본다.
이득을 올리면 오차가 준다
이득이 큰 루프일수록 값을 정밀하게 지킨다. 그렇다면 왜 모든 루프의 이득을 끝없이 키우지 않을까. 답은 위 실험의 ③에 이미 나왔다. 실제 루프에는 반드시 지연이 있다.
지연이 만드는 출렁임
샤워기의 물 온도를 맞추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손잡이를 돌려도 따뜻한 물이 파이프를 따라 오는 데 몇 초가 걸린다. 성급하게 더 돌리면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다시 급하게 돌리면 찬물이 나온다. 신호가 늦게 도착하는 루프에서 세게 반응하면 값이 설정점을 지나쳤다(오버슈트)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몸의 루프에도 지연이 있다. 신경 신호는 수십~수백 ms, 호르몬은 몇 분, 콩팥이 물을 버리는 데는 한 시간이 걸린다. 아래 지도는 가로가 지연, 세로가 이득이다. 점을 끌어 오른쪽 기록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자.
지연-이득 지도
이 지도가 생리학에서 여러 "출렁임"을 설명한다. 심부전 환자가 잘 때 숨이 깊어졌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체인-스토크스 호흡은 피가 폐에서 뇌의 화학 수용체까지 가는 시간이 길어져(심박출량이 낮아서) 호흡 조절 루프의 지연이 커진 결과로 본다. 혈압에서도 약 10초 주기의 작은 출렁임(마이어파)이 보이는데, 압반사 루프의 지연과 관계가 있다.
남은 오차를 지우는 적분
비례 제어는 언제나 오차를 조금 남긴다. 그 오차를 끝까지 지우는 방법은 오차를 쌓아 두는 것이다. 오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쌓인 값이 계속 늘어 효과기를 더 세게 밀고, 오차가 정확히 0이 될 때에야 멈춘다. 이것을 적분 제어(Integral control)라 한다.
몸에서 적분 제어에 가장 가까운 예는 콩팥이다. 혈압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콩팥은 소금과 물을 조금 더 버리고, 이 차이가 매일 쌓여 결국 혈액량과 혈압을 끌어내린다. 압반사가 몇 초 안에 거칠게 막는다면, 콩팥은 며칠에 걸쳐 남은 오차를 지운다(18장).
비례 제어와 적분 제어
양성 피드백: 끝을 내기 위한 폭주
오차를 줄이는 대신 키우는 루프도 있다. 출산 때 아기 머리가 자궁 입구를 누르면 그 신호가 뇌하수체에서 옥시토신을 내게 하고, 옥시토신은 자궁을 더 세게 수축시켜 머리를 더 세게 누르게 한다. 변화가 변화를 부르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다. 피가 굳을 때도 트롬빈이 더 많은 트롬빈을 만드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양성 피드백은 값을 지키지 못한다. 대신 어떤 일을 빠르게 끝까지 해낸다. 그래서 반드시 루프 밖의 "끝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아기가 나오면 누르던 자극이 사라지고, 상처가 막히면 손상된 혈관 벽이라는 출발점이 사라진다. 아래에서 끝내는 장치를 끄고 켜 보자.
양성 피드백과 끝내는 장치
양성 피드백은 병에서도 나타난다. 심장이 약해져 혈압이 떨어지면 심장 근육 자신에게 가는 피(관상 혈류)가 줄어 심장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 열이 너무 높아지면 대사가 빨라져 열이 더 나는 악순환이 그렇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루프에서 음성 피드백이 이기고 있다는 뜻이다.
일어설 때 혈압이 지켜지는 이유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서면 중력 때문에 약 500~800 mL의 피가 다리와 배의 정맥으로 쏠린다.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앞부하)가 줄어 1회 박출량이 떨어지고, 혈압이 내려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뇌로 가는 피가 모자라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몇 초 안에 혈압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압반사(Baroreflex)다. 목동맥과 대동맥의 벽에 있는 압력 감지기(압수용체)가 혈압이 떨어진 것을 알리면, 뇌줄기의 심혈관 중추가 교감 신경을 올리고 부교감 신경을 내린다. 심장은 빨리 세게 뛰고, 세동맥은 좁아지고(말초 저항 증가), 정맥은 조여 피를 심장 쪽으로 짜낸다. 아래 모니터에서 압반사의 세기를 바꿔 가며 일어서 보자.
일어서기: 압반사 모니터
압반사는 이 장에서 배운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설정점(평균 약 93 mmHg)이 있고, 감지기(압수용체)와 조절 중추(뇌줄기)와 효과기(심장·혈관)가 있다. 이득은 2~3 정도라 오차를 조금 남기고, 지연이 1초 남짓이라 거의 출렁이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오차는 더 느린 루프(호르몬, 콩팥)가 나중에 지운다.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일어설 때 자주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원인 모를 열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앞먹임: 오차가 생기기 전에 움직인다
피드백에는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 오차가 생긴 뒤에야 움직인다. 달리기를 시작한 뒤에 근육의 산소가 모자란 것을 알아채고 심장을 빨리 뛰게 하면, 그 사이 근육은 산소 빚을 진다. 그래서 몸은 미리 움직인다. 출발선에 서기만 해도 심박수가 오르고, 음식을 보거나 냄새만 맡아도 이자가 인슐린을 조금 내보낸다(뇌상 인슐린 분비). 교란을 예측해서 미리 대응하는 이 방식을 앞먹임(Feedforward)이라 한다.
미리 움직이면 빚이 준다
앞먹임은 경험으로 배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을 먹으면 그 시간이 다가올 때 위산과 인슐린이 미리 준비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심박수 상승이 빨라진다. 피드백이 실수를 고치는 장치라면 앞먹임은 실수를 미리 줄이는 장치다. 둘은 함께 일한다.
설정점을 옮길 때
열이 나면 체온이 39 °C까지 오른다. 항상성이 무너진 것일까. 아니다. 감염이 일으킨 신호 물질(발열 물질)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 조절 중추의 설정점을 올렸고, 몸은 새 설정점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래서 열이 오르는 동안에는 체온이 이미 37 °C를 넘었는데도 춥고 떨린다. 몸은 "아직 39 °C보다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해열제가 듣거나 감염이 가라앉아 설정점이 내려오면, 이번에는 체온이 새 설정점보다 높으니 땀이 쏟아진다.
아래 체온계의 설정점 손잡이를 끌어 올리고 내려 보자. 교란(더운 방)과 설정점 이동(열)을 비교하면, 같은 높은 체온이라도 몸이 느끼는 것과 효과기가 하는 일이 정반대다.
설정점 옮기기: 열과 더위
설정점을 옮기는 일은 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압반사의 설정점이 위로 옮겨져, 혈압이 쉴 때보다 높아도 반사가 이를 끌어내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운동 중 오르는 혈압을 압반사가 계속 막아 근육에 충분한 피를 보내지 못할 것이다. 하루 동안 코르티솔과 체온이 오르내리는 것도 설정점이 시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17장).
나만의 루프 만들기
이제 부품을 직접 고를 차례다. 아래 종합 시뮬레이터는 감지 지연, 이득, 효과기의 한계, 적분, 피드백의 부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루프다. 위쪽 그림의 점은 신호가 루프를 도는 모습이고, 아래 기록은 조절 변수(여기서는 체온)다. 루프가 안정한지, 출렁이는지, 폭주하는지, 효과기의 한계에 걸렸는지를 판정해 준다.
나만의 항상성 루프
다온의 몸으로 돌아가자. 다온이 회의실 의자에서 벌떡 일어설 때 일어나는 일은 바로 이 루프 하나가 돌아가는 일이다.
일어설 때 평균 동맥압 93 → 약 88 → 약 90 mmHg, 심박수 70 → 약 77
오후 회의가 끝나고 다온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다리 쪽으로 피가 쏠려 유효 혈액량이 약 550 mL 줄고, 1회 박출량이 약 71 mL에서 약 56 mL로 떨어진다. 압반사 모델(`BD.baroLoop`, 정상 이득)로 돌리면 평균 동맥압이 약 93 mmHg에서 일어선 지 3초쯤 뒤 약 88 mmHg까지 내려갔다가, 교감 신경이 심박수를 약 77로, 말초 저항을 약 10 % 올려 약 90 mmHg에서 다시 자리를 잡는다. 다온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같은 모델에서 압반사를 끄면 혈압은 약 74 mmHg로 떨어진 채 돌아오지 않는다. 설정점(약 93 mmHg), 감지기(목동맥·대동맥의 압수용체), 조절 중추(뇌줄기), 효과기(심장·세동맥·정맥), 그리고 다 지우지 못하고 남은 약 3 mmHg의 오차까지, 이 장의 모든 부품이 1초 남짓한 지연 안에서 움직였다.
핵심 정리
- 항상성 루프는 조절 변수, 감지기, 설정점을 가진 조절 중추, 효과기로 되어 있고, 음성 피드백은 오차의 반대 방향으로 값을 되돌린다.
- 비례 제어는 교란의 1/(1 + G)만큼 오차를 남긴다. 이득이 클수록 정밀하지만, 지연이 있으면 이득을 마음대로 키울 수 없다.
- 지연과 이득이 함께 커지면 루프는 설정점을 지나쳐 출렁이고, 경계를 넘으면 진동한다. 느린 루프는 부드럽게 반응해야 한다.
- 적분 제어는 오차를 쌓아 남은 오차를 끝까지 지운다(예: 콩팥의 혈압 조절). 양성 피드백은 일을 빨리 끝내지만 루프 밖의 끝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 앞먹임은 예고된 교란에 미리 대응해 피드백의 빚을 줄인다(출발 전 심박 상승, 뇌상 인슐린 분비).
- 열은 항상성의 실패가 아니라 설정점의 이동이다. 일어설 때의 혈압은 압반사(지연 약 1초, 이득 2~3)가 몇 초 안에 되돌린다.
확인 퀴즈
비례 제어 루프의 이득이 4이다. 교란이 피드백 없이는 조절 변수를 10만큼 밀어낸다면, 피드백이 있을 때 남는 오차는?
음성 피드백 루프가 설정점 주위에서 계속 출렁이며 가라앉지 않는다. 가장 그럴듯한 원인은?
다음 중 양성 피드백의 예로 가장 알맞은 것은?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 체온이 이미 37.8 °C인데도 춥고 떨리는 이유는?
압반사의 감지 지연이 1초, 이득이 약 2라고 하자. 기립으로 평균 동맥압이 피드백 없이는 18 mmHg 떨어질 상황이라면, 압반사가 있을 때 남는 혈압 저하는 대략 얼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