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펌프의 한 박동
주먹만 한 근육 덩어리가 1분에 70번, 평생 30억 번 가까이 피를 밀어낸다. 한 번 뛸 때마다 심장 안에서는 압력이 오르고, 판막이 차례로 열리고 닫히고, 부피가 줄었다 늘어나는 정교한 순서가 0.8초 안에 지나간다. 이 장은 그 한 박동을 느린 화면으로 풀어 보고, 심장이 "얼마나 많이 짜낼지"를 스스로 정하는 원리를 직접 돌려 본다.
- 심장 주기의 여섯 구간을 압력·부피·판막·심음으로 구분한다.
- 위거스 도표에서 좌심실·대동맥·좌심방 압력의 교차가 판막을 여닫는 것을 읽는다.
- 압력-부피 고리로 1회 박출량, 박출률, 심장이 한 일을 한눈에 본다.
- 앞부하·후부하·수축력이 고리를 어떻게 바꾸는지, 프랭크-스탈링 법칙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 심부전, 판막 협착, 운동 같은 상태를 고리의 모양으로 구별한다.
두 개의 펌프, 하나의 박자
심장은 사실 두 개의 펌프다. 오른쪽 심장은 온몸을 돌고 온 산소가 적은 피를 받아 폐로 보내고, 왼쪽 심장은 폐에서 산소를 받아 온 피를 온몸으로 보낸다. 두 펌프는 한 몸에 붙어 같은 박자로 뛰고, 길게 보면 정확히 같은 양을 내보낸다. 이 장에서는 주로 일이 더 많은 왼쪽 펌프, 좌심실을 따라간다.
각 펌프는 두 개의 방으로 되어 있다. 피를 잠깐 모아 두는 심방(Atrium)과 실제로 힘을 써서 밀어내는 심실(Ventricle)이다. 방과 방, 방과 혈관 사이에는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인 판막(Valve)이 있다. 판막에는 근육도 신경도 없다. 앞뒤의 압력 차이만이 문을 밀어 열고 닫는다. 이 단순한 규칙 하나로 심장 주기 전체가 설명된다.
먼저 한 박동을 느리게 돌려 보자. 아래 그림의 좌심실은 엔진(`BD.heart`)이 0.1 ms 단위로 푼 실제 압력과 부피를 따라 부풀었다 오그라든다. 재생 속도를 0.1배로 낮추면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이 하나씩 보인다.
한 박동을 느린 화면으로
한 박동은 크게 둘로 나뉜다. 심실이 수축하는 수축기(Systole)와 이완하며 피를 받는 이완기(Diastole)다. 안정 시 심박수 72에서 한 주기는 약 0.83초이고, 그중 수축기가 약 0.3초, 이완기가 약 0.5초다. 심박수를 올리면 거의 이완기만 짧아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7장에서 "심박수를 무한히 올릴 수 없는 이유"의 열쇠가 된다.
위거스 도표: 세 개의 압력이 엇갈리는 순간
심장 주기를 한 장에 담은 그림이 위거스 도표(Wiggers diagram)다. 시간축 위에 좌심실 압력, 대동맥 압력, 좌심방 압력, 좌심실 부피, 심전도, 심음을 나란히 그린다. 판막의 규칙("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만 열린다")만 알면 모든 사건이 곡선의 교차점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보인다.
아래 도표에서 세로 커서를 좌우로 끌어 보자. 커서가 지나가는 구간의 이름과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아래 상자에 뜬다.
위거스 도표 읽기
| 구간 | 판막 | 압력 | 부피 |
|---|---|---|---|
| ① 등용적 수축 | 승모판·대동맥판 모두 닫힘 | 좌심실 압력이 약 10 → 80 mmHg로 급상승 | 그대로(약 125 mL) |
| ② 박출 | 대동맥판 열림 | 좌심실 ≈ 대동맥, 최고 약 120 mmHg | 약 125 → 50 mL |
| ③ 등용적 이완 | 모두 닫힘 | 좌심실 압력이 급락 | 그대로(약 50 mL) |
| ④ 빠른 충만 | 승모판 열림 | 좌심방 > 좌심실 | 빠르게 증가 |
| ⑤ 느린 충만(이완 정지기) | 승모판 열림 | 차이가 거의 없다 | 천천히 증가 |
| ⑥ 심방 수축 | 승모판 열림 | 좌심방 a파 | 마지막 10~20 % 추가 |
두 개의 등용적(Isovolumic) 구간이 핵심이다. 판막이 모두 닫혀 있으니 피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근육은 부피를 바꾸지 못한 채 압력만 올리거나 내린다. 청진기로 듣는 "쿵-딱" 소리는 판막이 닫히는 소리다. "쿵"(S1)은 수축기의 시작에 승모판·삼첨판이, "딱"(S2)은 수축기의 끝에 대동맥판·폐동맥판이 닫히는 소리다.
판막: 압력이 여는 한 방향 문
판막은 건강할 때 거의 저항이 없다. 열려 있는 동안 좌심실과 대동맥의 압력 차이는 몇 mmHg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대동맥판에 칼슘이 쌓여 단단하게 굳으면(대동맥판 협착(Aortic stenosis)) 문이 좁아진다. 좁은 문으로 같은 양을 밀어내려면 좌심실은 훨씬 높은 압력을 만들어야 한다.
아래에서 판막이 열리는 넓이를 줄여 보자. 대동맥 압력은 거의 그대로인데 좌심실 압력만 치솟고, 두 곡선 사이의 틈(압력 차)이 벌어진다.
좁아진 대동맥판
좌심실은 이 일을 근육을 키워서 해낸다. 벽이 두꺼워지면 같은 압력에서 벽에 걸리는 긴장이 줄기 때문이다(라플라스 법칙). 하지만 두꺼운 벽은 더 많은 산소를 원하고, 이완기에 덜 늘어난다. 협착의 문제는 결국 "얼마나 오래 보상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반대로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피가 거꾸로 새는 것을 역류(Regurgitation)라 하고, 이때는 같은 피를 두 번 짜내야 하므로 심실이 늘어난다.
압력-부피 고리: 한 박동을 한 장의 그림으로
위거스 도표의 두 곡선, 좌심실 압력과 부피를 가로·세로축으로 바꿔 그리면 한 박동이 닫힌 고리 하나가 된다. 이것이 압력-부피 고리(Pressure–volume loop)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네 변이 각각 등용적 수축, 박출, 등용적 이완, 충만이다.
고리 하나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고리의 폭은 1회 박출량, 오른쪽 아래 모서리는 이완기말 부피(End-diastolic volume, EDV), 왼쪽 위 모서리는 수축기말 부피(End-systolic volume, ESV), 고리가 감싼 넓이는 심장이 한 번에 피에 해 준 일이다. 아래 고리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그 점이 주기의 어디인지가 나온다.
압력-부피 고리 해부
박출률은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지에서 가장 먼저 보는 숫자다. 심실이 채운 피의 몇 %를 내보내는지를 뜻하며, 40 % 아래로 떨어지면 수축 기능이 떨어졌다고 본다. 고리의 넓이(한 박동의 일)는 약 1 J, 즉 1 kg 물체를 10 cm 들어 올리는 정도다. 하루 10만 번이면 약 100 kJ이다.
앞부하, 후부하, 수축력
심장이 한 번에 얼마나 짜낼지는 세 가지가 정한다. 수축 직전 심실이 얼마나 채워져 늘어났는가(앞부하(Preload)), 피를 밀어낼 때 맞서는 압력이 얼마나 높은가(후부하(Afterload)), 그리고 같은 길이에서 근육이 얼마나 세게 수축하는가(수축력(Contractility))다. 세 손잡이를 하나씩 돌려 고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자. 흐린 고리는 처음 상태다.
세 손잡이로 고리 바꾸기
세 손잡이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고리를 민다. 앞부하는 고리의 오른쪽 변을, 후부하는 고리의 키를, 수축력은 왼쪽 위 모서리가 놓이는 선을 움직인다. 운동할 때는 정맥 환류(앞부하)와 수축력이 함께 오르고 근육의 혈관이 열려 말초 저항(후부하)이 내려가므로, 세 효과가 모두 박출량을 키우는 쪽으로 합쳐진다.
프랭크-스탈링 법칙: 들어온 만큼 내보낸다
앞의 실험에서 앞부하를 올리자 박출량이 저절로 늘었다. 신경도 호르몬도 끼어들지 않았다. 심장 근육 자체가 많이 늘어날수록 더 세게 수축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처음 정리한 두 생리학자의 이름을 따 프랭크-스탈링 법칙(Frank–Starling law)이라 한다.
근육 세포 안의 수축 단위(근절)가 적당히 늘어나면 액틴과 미오신이 더 알맞게 겹치고, 칼슘에 대한 감도도 높아진다(11장). 아래에서 이완기말 압력(채움의 정도)을 끌어 곡선 위를 움직여 보자. 곡선 세 개는 수축력이 다른 세 심장이다.
프랭크-스탈링 곡선
프랭크-스탈링 법칙이 왜 꼭 필요한지는 다음 실험에서 드러난다. 오른쪽과 왼쪽 펌프가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양을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
왼쪽과 오른쪽은 같은 양을 보내야 한다
오른쪽 심장이 1분에 5.0 L를, 왼쪽 심장이 4.9 L를 보낸다고 해 보자. 차이는 겨우 2 %다. 하지만 매분 0.1 L씩 폐에 피가 쌓이면 30분 뒤에는 3 L가 쌓인다. 폐의 혈관이 담을 수 있는 피는 0.5 L 남짓이므로 그 전에 폐에 물이 넘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스탈링 법칙이 두 펌프를 자동으로 맞추기 때문이다. 폐에 피가 조금 쌓이면 좌심방 압력이 올라 좌심실이 더 채워지고, 더 채워진 좌심실은 더 많이 짜낸다.
두 펌프의 균형
균형은 언제나 맞춰지지만 어디에서 맞춰지는지가 문제다. 왼쪽 펌프가 약해지면 좌심방 압력이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폐에 피가 쌓인 다음에야 균형이 잡힌다. 그 높은 압력이 폐 모세혈관에서 물을 밀어내 폐부종과 호흡 곤란을 만든다. 왼쪽 심부전 환자가 누우면 숨이 더 차는 것도, 누우면 다리의 피가 돌아와 앞부하가 더 늘기 때문이다.
고리의 모양으로 상태를 읽는다
압력-부피 고리는 심장의 지문과 같다. 같은 혈압이라도 고리의 위치와 모양이 다르면 원인이 다르다. 아래에서 여러 상태를 골라 정상 고리(흐린 선)와 비교해 보자.
상태별 압력-부피 고리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가슴 통증, 숨가쁨, 실신 같은 증상이 있거나 검사 결과가 걱정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다온의 심장: 쉴 때와 달릴 때
다온의 안정 시 심장을 엔진으로 돌리면 이완기말 부피 약 126 mL, 수축기말 부피 약 54 mL, 1회 박출량 약 72 mL, 박출률 약 57 %다. 심박수 72를 곱하면 1분에 약 5.2 L. 대회 속도로 달리면 심박수가 약 168로 오르고 교감 신경이 수축력을 키우며, 다리 근육이 펌프처럼 정맥의 피를 밀어 올리고, 근육의 혈관이 열려 저항이 크게 떨어진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운동 강도를 0에서 1까지 밀어 보자.
다온의 심장, 안정에서 대회 속도까지
안정 시 1회 박출량 72 mL, 대회 속도에서는 107 mL
건강검진의 안정 심박수 72와 엔진으로 어림한 다온의 심장은 이완기말 부피 약 126 mL에서 약 72 mL를 내보낸다(박출률 약 57 %, 심박출량 약 5.2 L/min). 10 km 대회 속도(심박수 약 168)에서는 수축력이 두 배 가까이 오르고 정맥 환류가 늘어 1회 박출량이 약 107 mL, 박출률이 약 76 %가 되며 심박출량은 약 18 L/min에 이른다. 박출량이 늘어난 몫의 대부분은 수축기말 부피가 54 mL에서 34 mL로 줄어든 데서, 즉 더 세게 짜낸 데서 나온다.
핵심 정리
- 심장은 직렬로 이어진 두 펌프(폐순환·체순환)이고, 판막은 압력 차이만으로 열리고 닫히는 한 방향 문이다.
- 심장 주기는 등용적 수축 → 박출 → 등용적 이완 → 빠른 충만 → 느린 충만 → 심방 수축의 여섯 구간이다. S1은 방실판, S2는 대동맥판·폐동맥판이 닫히는 소리다.
- 압력-부피 고리의 폭은 1회 박출량(약 70 mL), 넓이는 한 박동의 일(약 1 J)이다. 박출률 = SV/EDV, 정상 약 55~70 %.
- 앞부하는 고리의 오른쪽 변을, 후부하는 고리의 키를, 수축력은 수축기말 압력-부피 선의 기울기를 바꾼다.
- 프랭크-스탈링 법칙: 많이 채워질수록 더 세게 짜낸다. 이 성질이 두 펌프의 박출량을 박동마다 자동으로 맞춘다.
- 달릴 때 심박출량이 서너 배로 느는 것은 심박수만이 아니라 수축력·정맥 환류·혈관 확장이 함께 바뀌기 때문이다.
확인 퀴즈
등용적 수축 구간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이완기말 부피 140 mL, 수축기말 부피 56 mL인 심장의 박출률은?
말초 혈관 저항(후부하)만 크게 올렸을 때 압력-부피 고리의 변화로 알맞은 것은?
오른쪽 심장이 왼쪽보다 분당 0.1 L 더 내보내는데도 폐에 피가 계속 쌓이지 않는 주된 이유는?
안정 시 1회 박출량 72 mL, 심박수 72 bpm인 다온의 심박출량에 가장 가까운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