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확산, 삼투, 막전위
심장이 피를 밀고 폐가 숨을 쉬는 것은 결국 세포 하나하나에 산소와 포도당을 대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마지막 몇십 µm, 혈관 벽에서 세포 안까지는 어떤 펌프도 밀어 주지 않는다. 분자가 저절로 퍼지는 확산, 물이 저절로 옮겨 가는 삼투, 이온이 막을 사이에 두고 만드는 전압. 이 장은 생리학의 모든 장이 기대고 있는 이 세 가지 바닥 원리를 손으로 돌려 본다.
- 확산 시간이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무작위 걸음으로 보고, 왜 µm에서는 빠르고 cm에서는 느린지 설명한다.
- 피크의 법칙으로 막을 지나는 양이 넓이·농도 차·두께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계산한다.
- 삼투로 세포의 부피가 바뀌는 원리와, 적혈구가 터지거나 쭈그러드는 한계를 본다.
- 칼륨만 지나는 막에서 네른스트 전위가 생기는 이유, 여러 이온이 함께 정하는 휴지 막전위(GHK)를 설명한다.
- 나트륨-칼륨 펌프가 멈추면 기울기가 무너지고 세포가 붓는 이유를 이해한다.
세포의 경계, 세포막
세포는 두께 약 5 nm의 얇은 기름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인지질 분자가 물을 좋아하는 머리를 바깥으로, 물을 싫어하는 꼬리를 안으로 두 겹 늘어선 지질 이중층(Lipid bilayer)이다. 산소·이산화탄소처럼 작고 기름에 잘 녹는 분자는 이 막을 그냥 통과하지만, 나트륨·칼륨 같은 이온과 포도당은 막에 박힌 단백질 문을 거쳐야 한다.
막 양쪽의 이온 농도는 크게 다르다. 칼륨은 세포 안이 약 30배 많고, 나트륨은 세포 밖이 약 12배 많다. 이 차이가 이 장의 주인공이다. 차이가 있으면 분자는 퍼지려 하고(확산), 물은 옮겨 가려 하고(삼투), 전하를 띤 이온은 전압을 만든다(막전위). 하나씩 보자.
확산: 무작위 걸음의 법칙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저어 주지 않아도 천천히 퍼진다. 잉크 분자 하나하나는 물 분자와 1초에 수십억 번 부딪히며 아무 방향으로나 비틀비틀 걷는다. 이 무작위 걸음의 결과가 확산(Diffusion)이다. 누구도 밀지 않는데 분자들은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퍼진다. 퍼질 수 있는 길이 그쪽에 더 많기 때문이다.
무작위 걸음에는 놀라운 성질이 있다. 출발점에서 멀어지는 거리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아래에서 분자 300개가 한가운데서 출발한다. 오른쪽 그래프는 출발점에서 떨어진 거리의 제곱을 평균한 값(평균 제곱 변위)이다.
무작위 걸음과 확산
거리가 10배면 시간은 100배다. 아래 그래프에서 점을 끌어 거리를 바꿔 보자. 산소가 폐포 벽 0.5 µm를 건너는 데는 1 ms도 안 걸리지만 1 cm에는 7시간, 1 m에는 8년이 걸린다.
거리의 제곱: µm는 순간, cm는 몇 시간
피크의 법칙: 막을 건너는 양
확산이 얼마나 많은 양을 나를 수 있는지는 1855년 아돌프 피크가 정리했다. 막을 지나는 양(플럭스)은 막의 넓이와 양쪽 농도 차이에 비례하고, 두께에 반비례한다. 이것이 피크의 법칙(Fick's law)이다.
폐는 이 식의 모든 항을 최대로 만든 기관이다. 넓이는 테니스장 반 면, 두께는 종이의 200분의 1이다. 아래에서 막의 두께를 직접 끌어 보고, 넓이와 농도 차를 바꿔 보자.
막을 건너는 양
삼투: 물은 녹아 있는 것을 따라간다
세포막은 물은 쉽게 통과시키지만(아쿠아포린이라는 물 통로가 있다) 소금이나 단백질은 잘 통과시키지 않는다. 이런 막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 녹아 있는 입자가 더 많으면, 입자는 못 건너는 대신 물이 건너와 농도를 맞추려 한다. 이것이 삼투(Osmosis)다. 물을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는 녹아 있는 입자의 개수, 곧 삼투 농도(Osmolality)로 정해진다. 혈장은 약 290 mOsm/kg이다.
삼투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막 양쪽의 삼투 농도가 1 mOsm만 달라도 약 19 mmHg의 압력 차가 생긴다. 혈압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힘이 겨우 수십 mOsm의 차이에서 나온다. 아래에서 적혈구를 여러 용액에 넣어 보자.
적혈구와 세 가지 용액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다. 삼투 농도는 녹아 있는 입자의 총 개수이지만, 세포의 부피를 실제로 바꾸는 것은 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입자다. 요소는 막을 쉽게 통과하므로 혈장에 요소가 많아도 세포는 잘 붓지 않는다. 반면 나트륨은 펌프가 계속 내보내므로 사실상 세포 밖에 갇혀 있고, 그래서 혈장 나트륨 농도가 세포 부피를 정한다. 이 원리는 장 끝의 다온 이야기에서 다시 나온다.
막전위: 농도 차가 전압이 되는 순간
이제 이온이 전하를 띤다는 사실을 더해 보자. 세포막에 칼륨만 지나는 통로가 열려 있다고 하자. 안에는 K⁺가 140 mM, 밖에는 4.5 mM이다. 농도 차 때문에 K⁺가 밖으로 새어 나간다. 그런데 K⁺는 양전하를 들고 나가고, 안에 남은 짝(음전하를 띤 단백질)은 막을 건너지 못한다. 몇 개만 빠져나가도 세포 안쪽 막 표면은 음전하로, 바깥쪽은 양전하로 덮인다.
이 전하가 만든 전압은 나가려는 K⁺를 다시 안으로 끌어당긴다. 농도가 밀어내는 힘과 전압이 당기는 힘이 똑같아지는 전압에서 알짜 이동이 멈춘다. 이 전압을 그 이온의 평형 전위(Equilibrium potential), 또는 식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 네른스트 전위(Nernst potential)라 한다.
칼륨만 지나는 막
놀라운 것은 이 전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온의 양이다. 지름 20 µm 세포가 −90 mV를 만들려면 안에 있는 K⁺ 10만 개 중 하나도 안 되는 양만 빠져나가면 된다. 그래서 막전위가 바뀌어도 농도는 거의 그대로이고, 막전위는 몇 ms 만에 크게 바뀔 수 있다. 신경과 심장이 전기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휴지 막전위: 이온들의 줄다리기
실제 세포막에는 칼륨 통로만 있지 않다. 쉬는 동안에도 나트륨과 염소가 조금씩 새어 다닌다. 그래서 세포의 실제 막전위는 여러 이온의 평형 전위 사이 어딘가에 놓이고, 막을 더 잘 지나는 이온 쪽으로 끌려간다. 이 줄다리기를 계산하는 식이 골드먼-호지킨-카츠 식(Goldman–Hodgkin–Katz equation, GHK)이다.
쉬는 세포에서는 K⁺ 통로가 압도적으로 많이 열려 있어 막전위가 K⁺의 평형 전위(−92 mV) 가까이, 약 −74 mV에 놓인다. 아래 막대 높이를 끌어 투과도를 바꿔 보자. 막대가 높은 이온이 줄을 자기 쪽으로 당긴다.
세 이온의 줄다리기(GHK)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혈중 칼륨·나트륨 이상은 심장과 뇌에 위험할 수 있으며, 검사 수치가 걱정되거나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나트륨-칼륨 펌프: 기울기를 지키는 비용
막전위가 −74 mV인 세포에서 Na⁺는 농도 차와 전압 둘 다 안쪽을 향하는 힘을 받는다. 조금씩이라도 새어 들어오고, K⁺도 조금씩 새어 나간다. 내버려 두면 기울기는 언젠가 사라진다. 그것을 막는 것이 나트륨-칼륨 펌프(Na⁺/K⁺-ATPase)다. ATP 하나를 써서 Na⁺ 3개를 내보내고 K⁺ 2개를 들여온다. 쉬는 몸이 쓰는 에너지의 약 20~25 %가 이 펌프에 들어간다(뇌에서는 절반이 넘는다).
펌프의 일은 하나 더 있다. 세포 안에는 막을 지나지 못하는 큰 음전하 분자(단백질, 핵산)가 가득하다. 이것들이 물을 끌어당기므로, 펌프가 Na⁺를 계속 밖으로 퍼내 바깥의 삼투 농도를 맞춰 주지 않으면 세포는 물을 먹고 붓는다. 아래에서 펌프를 멈춰 보자.
펌프를 멈추면
다온의 세포: 대회 뒤의 물 한 병
다온의 다리 근육 세포를 엔진으로 계산하면 휴지 막전위는 약 −74 mV다(`BD.ghk`). 이 값은 세포 안의 K⁺ 140 mM와 바깥의 4.5 mM, 그리고 펌프가 지키는 Na⁺ 기울기가 함께 만든다. 이제 이 장의 원리를 대회 날에 적용해 보자.
달리는 동안 다온은 땀을 흘린다. 땀은 혈장보다 묽은 소금물(나트륨 약 20~80 mmol/L)이다. 그런데 땀으로 잃은 만큼보다 훨씬 많은 맹물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몸의 물은 늘어나는데 나트륨은 줄었으니 혈장의 삼투 농도가 내려간다. 그러면 세포 밖이 저장액이 되고, 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온몸의 세포가 붓는다. 다른 세포는 조금 부어도 괜찮지만, 단단한 머리뼈 안에 갇힌 뇌세포는 붓는 만큼 압력이 오른다.
대회 날의 물과 소금
근육 세포의 휴지 막전위 약 −74 mV. 맹물 3 L를 마시면 세포가 약 3~4 % 붓는다
다온의 근육 세포는 안쪽 K⁺ 140 mM, 바깥 4.5 mM, 투과도 K : Na : Cl = 1 : 0.04 : 0.45에서 GHK로 약 −74 mV의 휴지 막전위를 갖는다. K⁺의 평형 전위(약 −92 mV)보다 조금 높은 것은 Na⁺가 조금씩 새어 들기 때문이고, 그 새는 Na⁺를 펌프가 ATP를 써서 퍼낸다. 대회 날(58분, 땀 약 0.6 L, 땀 나트륨 약 40 mmol/L) 다온이 물을 적당히(약 0.5 L) 마시면 혈장 나트륨은 약 140 mmol/L 그대로다. 그러나 맹물 3 L를 마시면 혈장 삼투 농도가 약 277 mOsm/kg으로, 나트륨이 약 134 mmol/L로 떨어지고 세포가 약 3 % 붓는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약 133 mmol/L, 세포 부피 약 +4 %에 머문다. 삼투는 세포막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머리뼈 속 뇌의 부피로 나타난다.
핵심 정리
- 확산은 무작위 걸음의 결과이고, 퍼지는 시간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다(t ≈ x²/2D). 산소는 10 µm를 약 25 ms에, 1 cm를 약 7시간에 퍼진다.
- 피크의 법칙: 막을 지나는 양 = D × 넓이 × 농도 차 / 두께. 폐는 넓이(약 70 m²)를 키우고 두께(약 0.5 µm)를 줄인 기관이다.
- 물은 막을 지나지 못하는 입자가 많은 쪽으로 옮겨 간다(삼투). 1 mOsm 차이가 약 19 mmHg의 힘을 만든다. 적혈구는 저장액에서 붓다 터지고, 고장액에서 쭈그러든다.
- 한 이온만 지나는 막은 그 이온의 네른스트 전위에서 평형을 이룬다(K⁺ 약 −92 mV, Na⁺ 약 +67 mV). 필요한 이온의 이동은 극히 작다.
- 휴지 막전위(약 −74 mV)는 투과도가 가장 큰 K⁺ 쪽으로 끌린 여러 이온의 줄다리기(GHK)이고, 혈중 K⁺가 오르면 막전위도 오른다.
- 나트륨-칼륨 펌프(ATP 1개로 3 Na⁺ 밖, 2 K⁺ 안)가 기울기와 세포 부피를 지킨다. 펌프가 멈추거나 혈장이 묽어지면 세포가 붓는다.
확인 퀴즈
어떤 분자가 확산으로 10 µm를 퍼지는 데 20 ms가 걸린다. 같은 분자가 100 µm를 퍼지는 데 걸리는 시간에 가장 가까운 것은?
폐포-모세혈관 벽이 정상의 3배로 두꺼워지고 넓이는 그대로라면, 같은 분압 차에서 확산으로 건너는 산소의 양은?
적혈구를 증류수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가?
세포 밖 K⁺ 5 mM, 안 150 mM일 때 37 °C에서 K⁺의 평형 전위에 가장 가까운 것은? (log₁₀ 30 ≈ 1.48)
혈중 칼륨 농도가 크게 오르면(고칼륨혈증) 휴지 막전위는 어떻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