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전기로 말하기
발끝을 찧으면 "아야" 하기도 전에 발이 먼저 움츠러든다. 출발 신호가 울리면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앞으로 나간다. 몸 안에서 가장 빠른 소식은 전기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경은 구리선이 아니다. 물기 많은 세포막 위에서 이온 통로가 차례로 열리고 닫히며 전기 신호를 매번 새로 만들어 낸다. 이 장은 그 신호 하나를 밀리초 단위로 쪼개 보고, 신호가 어떻게 빨리 달리고, 어떻게 더해지고, 몸 전체를 어떻게 한꺼번에 바꾸는지 직접 돌려 본다.
- 뉴런의 구조를 따라 신호가 가지돌기 → 세포체 → 축삭 언덕 → 축삭 → 말단으로 가는 길을 설명한다.
- 활동 전위가 "전부 아니면 전무"인 이유를 나트륨·칼륨 통로의 열림과 닫힘으로 설명한다.
- 절대·상대 불응기가 신경이 낼 수 있는 최고 발화 빈도를 정한다는 것을 안다.
- 수초가 전도 속도를 수십 배 높이는 원리(도약 전도)와 탈수초의 결과를 본다.
- 시냅스에서 신호가 시간·공간적으로 합산되고 억제되는 방식, 반사궁과 자율신경의 작동을 설명한다.
뉴런: 신호를 받고, 더하고, 보낸다
신경계의 기본 단위는 뉴런(Neuron), 곧 신경 세포다. 사람의 뇌에만 약 860억 개가 있고, 척수에서 발끝까지 뻗은 운동 뉴런 하나는 길이가 1 m에 이른다.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하는 일은 같다. 여러 곳에서 신호를 받고, 그것을 더해서 보낼지 말지 결정하고, 결정했으면 먼 곳까지 보낸다.
아래 뉴런에는 가지돌기 끝에서 작은 입력(초록 점)이 계속 들어온다. 입력 하나는 세포체 쪽 전위를 몇 mV만 올리고 금세 사라진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개가 쌓여 축삭 언덕의 전위가 역치를 넘으면 그때 비로소 신호가 축삭을 따라 출발한다. 입력 빈도를 바꾸고, 부분을 눌러 이름과 역할을 확인해 보자.
신호가 뉴런을 지나가는 길
뉴런은 들어온 신호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다. 작은 입력은 거리를 가며 줄어들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축삭 언덕에서 더해진 결과만이 "보낼까 말까"를 정한다. 이 결정은 이분법이다. 보내기로 했으면 크기가 늘 같은 신호, 활동 전위가 출발한다.
활동 전위: 전부 아니면 전무
쉬고 있는 뉴런의 안쪽은 바깥보다 약 70 mV 낮다. 이것이 휴지 막전위(Resting membrane potential)다. 3장에서 본 것처럼 세포 안에 칼륨이, 밖에 나트륨이 많고, 쉬는 막은 주로 칼륨만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막전위가 어떤 문턱, 역치(Threshold)를 넘으면 나트륨 통로가 한꺼번에 열려 막전위가 1 ms 안에 +40 mV 가까이 치솟았다가 다시 떨어진다. 이 짧은 전기 펄스가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다.
1952년 호지킨과 헉슬리는 오징어의 굵은 축삭으로 이 과정을 네 개의 미분 방정식으로 정리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그 모델을 그대로 푼다. 아래 칸의 자극 펄스 손잡이를 끌어 세기와 길이를 바꿔 보자. 이전 결과는 흐리게 남는다.
역치와 "전부 아니면 전무"
역치 아래의 자극은 막을 조금 밀었다가 놓을 뿐이다. 역치를 넘는 순간 막은 스스로 불이 붙는다. 나트륨이 들어와 막전위가 오르면 그 상승이 더 많은 나트륨 통로를 연다. 이런 양성 피드백 때문에 활동 전위는 자극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같은 높이로 치솟는다. 신경은 세기를 펄스의 높이가 아니라 빈도로 전한다. 아픈 정도, 근육에 줄 힘, 빛의 밝기가 모두 1초에 몇 번 펄스를 보내느냐로 바뀐다.
문 세 개: m, h, n
식의 핵심은 문을 뜻하는 세 변수다. 나트륨 통로에는 빨리 열리는 활성화 문 m 세 개와 천천히 닫히는 비활성화 문 h 하나가 있다. 칼륨 통로에는 천천히 열리는 문 n 네 개가 있다. 통로는 모든 문이 열려야 이온을 통과시키므로 나트륨 통로가 열린 비율은 \(m^3h\), 칼륨 통로는 \(n^4\)이다.
아래 그림에서 세로 커서를 끌어 활동 전위의 한 순간을 고르면, 오른쪽 막 그림의 통로가 그 순간만큼 열리고 이온이 흐른다. 손을 떼면 커서가 다시 천천히 흘러간다.
통로가 열리고 닫히는 순서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① 역치를 넘으면 빠른 m 문이 열려 나트륨이 들어오고 막전위가 치솟는다. ② 약 0.5 ms 늦게 h 문이 닫혀 나트륨 통로를 막는다. ③ 그동안 느린 n 문이 열려 칼륨이 나가며 막전위를 끌어내린다. ④ 칼륨 통로가 늦게 닫히는 탓에 잠시 휴지 전위보다 더 낮아진다. 활동 전위 한 번에 실제로 오가는 이온은 세포 안 전체 이온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 농도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장기적인 농도는 나트륨-칼륨 펌프가 ATP를 써서 되돌린다.
불응기: 연달아 쏠 수 없는 시간
활동 전위가 끝나도 h 문은 바로 다시 열리지 않는다. 그동안에는 아무리 센 자극을 줘도 두 번째 활동 전위가 생기지 않는다. 이 구간이 절대 불응기(Absolute refractory period)다. 그 뒤 h가 조금씩 회복되고 칼륨 통로가 아직 열려 있는 동안은 평소보다 센 자극이 있어야 발화한다. 이것이 상대 불응기(Relative refractory period)다.
아래에서 두 번째 자극 펄스를 끌어 첫 자극과의 간격과 세기를 바꿔 보자. 오른쪽 그래프는 간격마다 두 번째 활동 전위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 세기를 엔진으로 하나씩 찾아 그린 것이다.
두 번째 자극은 언제 통하는가
불응기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첫째, 발화 빈도의 상한을 정한다. 둘째, 신호가 거꾸로 가지 못하게 한다. 축삭을 따라 달리는 활동 전위는 바로 뒤쪽 막이 불응기에 있어서 앞으로만 나아간다.
세기는 빈도로: 발화 빈도와 독소
짧은 펄스 대신 일정한 전류를 계속 흘리면 뉴런은 규칙적으로 반복 발화한다. 전류가 클수록 막전위가 역치까지 빨리 다시 올라가므로 빈도가 높아진다. 이 관계를 f–I 곡선(Frequency–current curve)이라 한다. 오른쪽 곡선 위의 점을 끌어 전류를 바꾸고, 통로를 막는 독소와 온도를 바꿔 보자.
전류, 발화 빈도, 그리고 독
전도 속도: 수초와 도약
활동 전위는 축삭을 따라 이웃한 막을 차례로 역치 위로 밀어 올리며 나아간다. 이렇게 전해지는 속도를 전도 속도(Conduction velocity)라 한다. 수초가 없는 가는 축삭에서는 막을 한 칸씩 다 거쳐야 해서 1초에 1 m 남짓으로 느리다. 오징어는 축삭을 1 mm 가까이 굵게 만드는 방법으로 속도를 올렸다.
척추동물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축삭을 지방질 막으로 여러 겹 감싼 수초(Myelin sheath)다. 수초가 감싼 부분은 전류가 새지 않고 막을 충전할 필요도 적어, 신호는 수초 사이의 짧은 틈 랑비에 결절(Node of Ranvier)에서만 다시 만들어진다. 신호가 결절에서 결절로 뛰는 것처럼 보여 도약 전도(Saltatory conduction)라 한다.
수초가 있는 길, 없는 길
사람의 신경은 섬유 굵기와 수초에 따라 몇 갈래로 나뉜다. 근육을 움직이고 근육의 길이를 재는 굵은 Aα 섬유는 1초에 70~120 m를 달리고, 둔한 통증과 온도, 내장 신호를 나르는 가는 C 섬유는 1 m 남짓이다. 수초를 만드는 세포가 공격받는 질환(다발성 경화증 같은 탈수초 질환)에서는 신호가 느려지거나 끊겨 저림, 힘 빠짐, 시야 이상이 생긴다.
| 섬유 | 지름(µm) | 수초 | 속도(m/s) | 하는 일 |
|---|---|---|---|---|
| Aα | 12~20 | 있음 | 70~120 | 골격근 운동, 근방추(근육 길이) |
| Aβ | 6~12 | 있음 | 35~75 | 촉각, 압각 |
| Aδ | 1~5 | 얇게 있음 | 5~30 | 날카로운 통증, 차가움 |
| B | 1~3 | 있음 | 3~15 | 자율신경 신경절 이전 |
| C | 0.2~1.5 | 없음 | 0.5~2 | 둔한 통증, 온도, 자율신경 신경절 이후 |
시냅스: 더하고 빼는 계산기
축삭 말단에 도착한 활동 전위는 다음 세포로 그대로 건너가지 못한다. 두 세포 사이에는 약 20 nm의 틈이 있다. 말단은 칼슘이 들어오는 신호로 신경 전달 물질(Neurotransmitter)을 틈에 쏟아 내고, 받는 쪽 세포의 수용체가 그것을 받아 이온 통로를 연다. 이 연결부가 시냅스(Synapse)다. 화학 물질을 거치므로 시냅스 하나를 건너는 데 약 0.5~1 ms가 걸린다.
받는 쪽에서 생기는 작은 전위 변화를 흥분성 시냅스 후 전위(EPSP), 막전위를 끌어내리는 쪽을 억제성 시냅스 후 전위(IPSP)라 한다. 뉴런 하나는 이런 입력을 수천 개 받아 더한다. 한 시냅스가 짧은 간격으로 연달아 보내면 시간 합산, 여러 시냅스가 동시에 보내면 공간 합산이다. 아래 줄을 눌러 입력을 더하고, 점을 끌어 시점을 옮겨 보자.
시간 합산, 공간 합산, 억제
억제는 브레이크만이 아니다. 같은 흥분이라도 억제가 언제, 어디서 끼어드는지에 따라 결과가 바뀌므로, 뉴런은 들어온 신호의 시간 순서와 조합을 계산하는 작은 계산기가 된다. 많은 진정제와 수면제는 억제성 시냅스(GABA 수용체)를 강하게 해서 뇌 전체의 발화를 줄인다.
반사궁: 생각을 거치지 않는 길
의사가 무릎 아래를 고무망치로 두드리면 다리가 저절로 튀어 오른다. 힘줄이 눌리며 넓적다리 앞 근육(대퇴사두근)이 순간 늘어나고, 근육 속 길이 감지기 근방추(Muscle spindle)가 그것을 감각 신경으로 척수에 알린다. 척수에서 감각 신경은 운동 뉴런과 시냅스 하나만 거쳐 연결되고, 운동 뉴런이 같은 근육을 수축시킨다. 이 고리가 반사궁(Reflex arc)이다. 뇌를 거치지 않으니 빠르다.
무릎 반사를 밀리초로 쪼개기
반사는 생각보다 빠르지만 생각이 막을 수도 있다. 뇌에서 척수로 내려오는 신호가 반사의 크기를 늘 조절하기 때문이다. 검사할 때 두 손을 깍지 끼고 당기라고 하는 것은 그 조절을 다른 곳으로 돌려 반사를 잘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반사가 사라지거나 지나치게 크면 신경의 어느 구간이 탈이 났는지 단서가 된다.
자율신경: 싸울 것인가, 쉴 것인가
심장 박동, 동공의 크기, 소화, 땀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이런 일을 맡는 신경을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라 한다. 두 갈래가 대부분의 장기에 함께 연결되어 반대 방향으로 당긴다. 교감 신경(Sympathetic)은 위급할 때 몸을 "싸우거나 도망치는" 상태로, 부교감 신경(Parasympathetic)은 "쉬고 소화하는" 상태로 돌린다.
아래에서 막대를 교감 쪽, 부교감 쪽으로 옮기며 장기들이 한꺼번에 어떻게 바뀌는지 보자. 장기를 누르면 그 장기가 받는 수용체와 효과가 나온다.
교감과 부교감의 줄다리기
두 신경이 한쪽은 켜고 한쪽은 끄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조금씩 켜져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늘 켜진 긴장(tone)이 있으니 한쪽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양쪽 방향으로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면 먼저 부교감이 물러나 심박수가 1~2초 만에 오르고, 이어서 교감이 들어와 더 끌어올린다. 다만 예외도 있다. 땀샘은 교감 신경만 받는데 전달 물질은 아세틸콜린이고, 피부 혈관은 더울 때 교감이 오히려 넓힌다.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저림, 힘 빠짐, 어지럼, 시야 이상 같은 신경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다온의 출발 신호: 0.2초의 내역
대회 날 아침, 출발선에 선 다온은 신호를 기다린다. 소리가 울리고 다리가 첫발을 밀어내기까지 약 0.2초. 그 짧은 시간 안에 소리는 공기를 건너오고, 귀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뇌가 "지금이다"라고 판단하고, 운동 명령이 척수를 거쳐 다리 근육까지 내려가고, 근육이 힘을 낸다. 아래에서 그 내역을 쪼개 보고, 화면의 불빛으로 자기 반응 시간도 재 보자.
출발 신호에서 첫발까지
계산해 보면 신경이 신호를 나르는 시간은 놀랄 만큼 짧다. 뇌에서 다리까지 약 1 m를 60 m/s로 가면 \(1 \div 60 \approx 0.017\) s, 17 ms다. 0.2초의 대부분은 뇌 안, 곧 소리를 알아듣고 "지금"이라고 결정하는 데 쓰인다. 단거리 경기에서 신호 뒤 0.1초보다 빨리 움직이면 부정 출발로 보는 것도 그보다 빠른 반응은 신호를 듣고 한 것이 아니라 미리 짐작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출발 반응 약 0.2초, 그중 다리까지 가는 신경은 17 ms
신호기에서 약 10 m 떨어진 출발선에서 다온의 반응을 쪼개면 소리 전파 약 29 ms, 귀와 청각 경로 약 15 ms, 판단 약 95 ms, 뇌에서 다리 근육까지 운동 명령 약 1 m(60 m/s로 약 17 ms, 척수 시냅스 1 ms), 신경근 접합 약 1 ms, 근육이 힘을 내기까지 약 40 ms로 합계 약 0.2초다. 신경 전도는 전체의 10 %도 안 되고 절반 가까이가 뇌의 판단이다. 출발 뒤에는 교감 신경이 부교감의 브레이크를 풀고 심장(심박수 72 → 약 168), 피부 혈관과 땀샘, 기관지, 간의 포도당 방출을 한꺼번에 움직여 달리는 몸으로 바꾼다. 무릎 반사로 잰 다온의 말초 신경 길(근육~척수 약 0.5 m)은 왕복 약 13 ms로 정상 범위다.
핵심 정리
- 뉴런은 가지돌기·세포체에서 입력을 받아 축삭 언덕에서 더하고, 역치를 넘으면 축삭으로 활동 전위를 보낸다. 휴지 막전위는 약 −70 mV.
- 활동 전위는 나트륨 통로의 양성 피드백으로 생기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신호다. 세기는 펄스의 높이가 아니라 빈도로 전한다.
- 나트륨 통로의 빠른 활성화(m)·느린 비활성화(h)와 칼륨 통로의 느린 활성화(n)가 활동 전위의 모양과 불응기를 만든다.
- 절대 불응기에는 어떤 자극으로도 다시 발화하지 않고, 상대 불응기에는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 불응기가 최고 빈도와 신호의 방향을 정한다.
- 수초와 랑비에 결절의 도약 전도로 굵은 유수 섬유는 약 100 m/s, 무수 C 섬유는 약 1 m/s로 전한다. 탈수초는 전도를 늦추거나 끊는다.
- 시냅스에서 EPSP와 IPSP가 시간·공간적으로 합산된다. 반사궁은 뇌를 거치지 않는 빠른 길이고, 자율신경의 교감·부교감은 늘 켜진 긴장으로 장기를 반대 방향으로 조절한다.
확인 퀴즈
역치를 넘는 자극의 세기를 두 배로 늘리면 활동 전위 하나의 높이는 어떻게 되는가?
뇌에서 다리 근육까지 운동 명령이 가는 길이가 약 1 m이고 전도 속도가 60 m/s일 때 걸리는 시간에 가장 가까운 것은?
활동 전위가 끝난 직후 아무리 센 자극을 줘도 두 번째 활동 전위가 생기지 않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EPSP 하나가 약 5 mV이고 역치가 휴지 전위보다 15 mV 위인 뉴런이 있다. EPSP가 사라지기 전에 더해진다면 발화에 필요한 동시 입력의 최소 개수는?
달리기를 시작할 때 몸에서 일어나는 자율신경의 변화로 알맞지 않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