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과 피드백 루프
신경이 전화라면 호르몬은 방송이다. 작은 샘이 피 속에 화학 물질을 풀면 그것은 1분 안에 온몸을 돌고, 그 물질을 알아보는 수용체를 가진 세포만 반응한다. 신경보다 느리지만 멀리, 오래 간다. 그리고 거의 모든 호르몬은 자기 결과를 다시 재서 분비를 조절하는 고리, 피드백 루프 안에 있다. 이 장은 호르몬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얼마나 있어야 효과가 나는지, 고리가 어떻게 하루 리듬을 만들고 어떻게 무너지는지 직접 돌려 본다.
- 신경 신호와 호르몬 신호의 속도·범위·지속 시간을 비교한다.
- 반감기로 호르몬의 농도 변화와 반복 분비 시의 누적을 계산한다.
- 용량-반응 곡선의 EC50과 기울기, 수용체 수가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음성 피드백, 코르티솔의 하루 리듬, 외부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설명한다.
- TSH와 FT4의 관계로 갑상선 기능 검사를 읽고, 약 용량을 바꾼 뒤 6주쯤 기다려 검사하는 이유를 안다.
전선과 방송: 신경과 호르몬
16장의 신경은 정해진 세포 하나에 수 밀리초 만에 신호를 꽂는다. 호르몬(Hormone)은 다르다. 내분비샘(Endocrine gland)이 피 속으로 내보내면 심장이 약 1분 만에 그것을 온몸에 돌린다. 신호를 받을지 말지는 세포가 정한다. 그 호르몬에 맞는 수용체(Receptor)를 가진 세포만 반응한다.
아래에서 신호의 종류를 고르고 "보내기"를 눌러 보자. 신경은 한 곳에만 닿고, 호르몬은 피를 타고 퍼지며 수용체가 있는 장기만 밝힌다. 오른쪽 시간 축은 1 ms부터 한 달까지를 한 줄에 담은 로그 눈금이다.
전선으로 보낼까, 방송할까
호르몬이 느린 데는 이유가 있다. 피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1분이 걸리고, 물에 녹는 펩타이드·아민 호르몬(아드레날린, 인슐린, ACTH)은 세포막의 수용체에 붙어 세포 안의 2차 전달자를 움직이니 수 초~수 분 안에 효과가 난다. 기름에 녹는 스테로이드·갑상선 호르몬(코르티솔, T4)은 막을 통과해 세포 안 수용체와 함께 유전자를 켜고 끄므로 새 단백질이 만들어질 때까지 몇 시간~며칠이 걸린다.
반감기: 얼마나 오래 남는가
피 속의 호르몬은 간과 콩팥에서 끊임없이 분해되고 걸러진다. 대부분은 남은 양에 비례해 사라지므로, 양이 절반이 되는 시간이 일정하다. 이것이 반감기(Half-life)다. 아드레날린은 약 2분, 코르티솔은 약 1시간, T4는 약 1주다.
위쪽 사다리에서 호르몬을 고르고, 아래 그래프를 눌러 그 시각에 같은 양을 한 번 더 분비해 보자. "규칙적으로"를 켜면 정해진 간격마다 분비한다.
반감기 사다리와 쌓이는 농도
반감기는 신호의 성격을 정한다. 아드레날린처럼 반감기가 짧은 호르몬은 분비를 멈추면 금세 사라지므로 순간순간의 상황을 알리는 데 맞다. T4처럼 반감기가 긴 호르몬은 하루하루의 출렁임을 걸러 내고 몸의 기본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대신 바꾸려 해도 몇 주가 걸린다. 이 점은 뒤에서 갑상선 약을 다룰 때 다시 만난다.
용량-반응: 얼마나 있어야 듣는가
호르몬의 효과는 농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낮은 농도에서는 거의 반응이 없다가 어느 범위에서 가파르게 오르고, 높은 농도에서는 더 늘지 않는다. 이 S자 곡선을 용량-반응 곡선(Dose–response curve)이라 하고, 최대 반응의 절반이 나는 농도를 EC50이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반응이 절반일 때 수용체가 절반 차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포 안 신호가 크게 증폭되기 때문에 수용체의 몇 %만 차도 최대 반응에 가깝게 갈 수 있다. 이런 여유분을 예비 수용체라 한다. 아래에서 수용체 수를 줄여 보자.
수용체가 줄면 곡선이 밀린다
수용체 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호르몬이 계속 높으면 세포는 수용체를 줄여 둔감해지고(하향 조절), 낮으면 늘려 민감해진다(상향 조절). 인슐린이 늘 높은 상태에서 인슐린이 덜 듣게 되는 것(15장의 인슐린 저항성)도 이와 같은 계열의 현상이다. 같은 호르몬 농도라도 세포가 얼마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스스로 끄는 고리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은 세 단계의 명령으로 나온다.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가 CRH를 내면, 바로 아래의 뇌하수체(Pituitary gland) 앞엽이 ACTH를 피로 보내고, ACTH가 콩팥 위의 부신(Adrenal gland) 겉질에서 코르티솔을 짜낸다. 이 세 단계를 묶어 HPA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이라 한다.
핵심은 마지막 화살표다. 코르티솔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로 거슬러 올라가 CRH와 ACTH 분비를 누른다. 코르티솔이 많으면 명령이 줄고, 적으면 명령이 는다. 이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 코르티솔을 정해진 범위 안에 묶어 둔다. 여기에 시상하부의 생체 시계가 새벽마다 명령을 키워 아침에 높고 밤에 낮은 하루 리듬을 얹는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피드백 세기, 지연, 외부 스테로이드를 바꾸고, 커서가 지나는 시각에 스트레스를 넣어 보자. 흐린 점선은 정상 상태다.
HPA 축 피드백 루프
피드백을 끄면 리듬은 남지만 크기가 무너진다. 실제로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코르티솔의 억제를 무시하고 ACTH를 계속 내거나, 부신 종양이 혼자 코르티솔을 만들면 코르티솔이 늘 높은 상태가 된다(쿠싱 증후군). 혈당과 혈압이 오르고, 근육이 줄고, 배와 얼굴에 지방이 붙는다. 반대로 부신이 망가지면 코르티솔이 모자라 ACTH가 치솟는다(애디슨병).
외부 스테로이드는 고리가 그것을 자기 코르티솔로 착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천식, 관절염, 자가 면역 질환에 쓰는 스테로이드 약을 몇 주 이상 먹으면 ACTH가 눌린 채 부신이 쉬다가 작아진다. 이때 약을 갑자기 끊으면 부신이 곧바로 일을 재개하지 못한다.
하루 리듬과 시차
코르티솔의 하루 리듬은 시상하부의 생체 시계(Circadian clock)가 만든다. 시계는 아침 빛으로 매일 맞춰지고, 잠에서 깨기 1~2시간 전부터 코르티솔을 올려 몸을 깨울 준비를 한다. 깨고 30분쯤 뒤에 한 번 더 솟는 기상 반응도 있다. 그런데 생활 시간을 갑자기 옮기면(늦잠, 밤샘, 해외여행) 시계는 따라오는 데 며칠이 걸린다. 시계는 하루에 약 1시간 늦출 수 있지만 당기기는 더 어렵다.
생활 시간을 옮기면 몸시계는 며칠 늦게 온다
시차 피로의 정체는 몸 안의 여러 시계가 서로, 그리고 바깥 시간과 어긋난 상태다. 코르티솔이 바닥일 때 일어나야 하고, 코르티솔이 오를 때 자려 한다. 아침 햇빛을 새 시간대에 맞춰 쬐는 것이 시계를 가장 빨리 옮긴다. 늦은 취침과 주말 늦잠의 반복도 작은 시차(사회적 시차)를 매주 만든다.
스트레스: 초 단위와 시간 단위의 두 응답
깜짝 놀라면 몸은 두 갈래로 반응한다. 먼저 교감 신경과 부신 속질의 아드레날린(Adrenaline, epinephrine)이 몇 초 만에 심박수와 혈당을 올린다. 그다음 HPA 축이 움직여 코르티솔이 수십 분 뒤에 정점에 이르고 몇 시간 동안 에너지를 공급하고 염증을 누른다. 아래 그래프의 가로축을 로그 눈금으로 두면 1초와 4시간을 한 화면에 볼 수 있다.
아드레날린은 초, 코르티솔은 시간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지만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게 하고, 지방을 분해해 연료를 내고, 염증이 지나치지 않게 누른다. 문제는 오래 높을 때다. 잠이 모자라고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저녁에도 코르티솔이 내려가지 않아 혈당이 오르고, 회복과 수면이 방해받는다. 운동도 하나의 스트레스다. 고강도 훈련 뒤에 코르티솔이 오르고 회복하며 내려오는 과정이 반복될 때 몸이 강해진다.
갑상선과 TSH: 작은 변화를 키우는 확대경
갑상선 호르몬 T4(Thyroxine)와 그 활성형 T3는 거의 모든 세포의 대사 속도를 정한다. 같은 고리 구조다. 시상하부의 TRH가 뇌하수체의 TSH(Thyroid-stimulating hormone)를 내게 하고, TSH가 갑상선에서 T4를 만들게 하며, 피 속의 유리 T4(FT4(Free T4))가 다시 TSH를 누른다.
이 고리의 정상 상태는 두 곡선의 교점이다. 하나는 "FT4가 이만큼이면 뇌하수체가 TSH를 이만큼 낸다"는 뇌하수체 곡선, 다른 하나는 "TSH가 이만큼이면 갑상선이 FT4를 이만큼 만든다"는 갑상선 곡선이다. 아래 그래프의 세로축(TSH)은 로그 눈금이다.
두 곡선의 교점이 검사 결과다
TSH가 검사의 첫 줄에 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뇌하수체는 FT4의 작은 변화에 TSH를 몇 배씩 바꿔 반응하므로, TSH는 FT4보다 훨씬 예민한 확대경이다. 갑상선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FT4가 정상 범위 안에서 조금 내려가는 동안 TSH가 먼저 높아진다. 다만 이 논리는 뇌하수체가 정상일 때만 맞다. 뇌하수체 자체가 고장 나면 TSH와 FT4가 함께 낮아진다.
| 상태 | TSH | FT4 | 고리에서 일어난 일 |
|---|---|---|---|
| 정상 | 약 0.4~4 | 약 12~22 | 두 곡선이 정상 상자 안에서 만난다 |
| 갑상선 기능 저하(갑상선 원인) | 높음 | 낮음 | 갑상선 곡선이 왼쪽으로, TSH가 올려 보상하려 한다 |
| 무증상 기능 저하 | 조금 높음 | 정상 | TSH 확대경이 먼저 반응한 단계 |
| 그레이브스병(항진) | 매우 낮음 | 높음 | 항체가 TSH 없이 갑상선을 자극, 뇌하수체는 꺼진다 |
약을 바꾸면 왜 6주를 기다리는가
갑상선 기능 저하로 T4 약을 먹기 시작하거나 용량을 바꾸면, 의료진은 보통 6~8주 뒤에 다시 피검사를 한다. T4의 반감기가 약 7일이어서 새 정상 상태에 닿는 데 반감기의 4~5배, 곧 한 달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검사일 표시를 끌어 너무 일찍 검사하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해 보자.
T4 반감기 7일: 검사 시점 고르기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피로, 체중 변화, 두근거림, 추위·더위를 심하게 타는 증상이 있거나 호르몬 검사 결과가 걱정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검사 기준은 검사실과 학회, 시기에 따라 다릅니다.
피드백 루프의 설계도
HPA 축과 HPT 축, 2장의 압반사, 19장의 체온 조절은 모두 같은 설계도를 따른다. 조절할 변수, 그것을 재는 감지기, 목표값(설정점(Set point))과 비교하는 조절 중추, 변수를 움직이는 효과기. 고리의 성질은 두 숫자가 크게 정한다. 얼마나 세게 고치는가(이득)와 얼마나 늦게 알아차리는가(지연)다.
이득과 지연으로 고리 만들기
설계도로 보면 몸의 고리들은 공통된 타협을 한다. 너무 약하면 방해에 밀리고, 너무 세거나 늦으면 출렁인다. 호르몬 고리는 대체로 느리고 부드럽게, 신경 반사 고리는 빠르고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몸은 같은 변수를 신경(빠른 조정)과 호르몬(느리고 오래가는 조정)이라는 두 고리로 함께 붙잡는 경우가 많다. 혈압, 혈당, 체온이 모두 그렇다.
다온의 대회 날 호르몬
오전 8시 출발. 다온은 5시 반에 일어난다. 몸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시상하부의 시계가 CRH를 늘려 코르티솔이 하루 중 가장 높은 구간에 들어서 있고, 출발선에서 긴장과 함께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그런데 대회 전 주말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회 날 아침 코르티솔 약 16 µg/dL, 늦잠 주말 뒤라면 기상 때 약 13
평소 몸시계(정점 약 6시 반)라면 5시 반 기상 때 코르티솔은 약 16 µg/dL, 출발 시각 8시에도 약 16으로 하루 중 가장 높은 구간이다(BD.hpa). 이 코르티솔이 간의 포도당 생산과 지방 분해를 미리 켜 두어 달리기에 쓸 연료를 준비한다. 출발 몇 분 전부터는 긴장으로 아드레날린이 쉴 때의 몇 배로 오르고, 반감기 약 2분으로 빠르게 오르내리며 심박수와 혈당을 끌어올린다. 대회 1시간을 스트레스로 넣으면 코르티솔은 9시 반쯤 약 20으로 정점을 찍고 오후에 내려온다. 반면 대회 전 일주일 동안 새벽 3시에 자고 10시 반에 일어났다면 몸시계가 약 2시간 밀려, 5시 반에 깰 때 코르티솔은 약 13에 그친다. 몸이 아직 새벽인 채로 출발선에 서는 셈이다. 갑상선 검사는 TSH 1.5 mU/L, FT4 약 16 pmol/L로 두 곡선이 정상 상자 한가운데서 만난다.
핵심 정리
- 신경은 정해진 표적에 밀리초로, 호르몬은 피를 타고 수용체를 가진 모든 세포에 초~일 단위로 신호를 보낸다. 물에 녹는 호르몬은 막 수용체로 빠르게, 스테로이드·갑상선 호르몬은 유전자를 거쳐 느리고 길게 작용한다.
- 반감기는 신호의 시간 눈금이다(아드레날린 약 2분, 코르티솔 약 1시간, T4 약 7일). 반감기보다 자주 분비하면 쌓이고, 정상 상태까지 반감기의 4~5배가 걸린다.
- 용량-반응은 S자 곡선이고 EC50과 힐 계수로 요약된다. 수용체가 줄면(하향 조절) 곡선이 오른쪽으로 밀리고, 더 줄면 최대 반응도 떨어진다.
- HPA 축은 CRH → ACTH → 코르티솔과 코르티솔의 음성 피드백으로 이루어지고, 생체 시계가 아침에 높고(약 16 µg/dL) 밤에 낮은(약 3) 리듬을 얹는다. 외부 스테로이드는 ACTH를 눌러 부신을 쉬게 하므로 스스로 끊으면 위험하다.
- TSH는 FT4의 작은 변화를 크게 키우는 확대경이다. T4 반감기가 길어 약 용량을 바꾸면 6~8주 뒤에 검사한다.
- 피드백 고리의 성질은 이득과 지연이 정한다. 이득이 크면 오차가 작지만, 지연과 함께 커지면 출렁인다. 양성 피드백은 한쪽 끝까지 달린다.
확인 퀴즈
반감기가 7일인 T4의 분비가 갑자기 멈췄다면 3주 뒤 피 속에 남는 양은 처음의 몇 %인가?
천식 때문에 스테로이드 약을 두 달째 먹고 있는 사람의 HPA 축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TSH가 높고 FT4가 낮다. 고리에서 가장 먼저 의심할 곳은?
호르몬이 계속 높은 탓에 표적 세포의 수용체가 줄었다. 용량-반응 곡선의 변화로 알맞은 것은?
반감기가 1시간인 호르몬을 1시간마다 같은 양씩 분비하면, 정상 상태에서 분비 직후의 최고 농도는 한 번만 분비했을 때의 몇 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