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과 인슐린
피 1 L에는 포도당이 1 g쯤 녹아 있다. 온몸의 피를 다 합쳐도 각설탕 한두 개, 약 5 g이다. 그런데 점심 한 끼에 밥과 반찬으로 90 g의 탄수화물이 들어온다. 그 많은 포도당이 들어와도 혈당은 잠깐 오를 뿐 몇 시간 안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장은 그 일을 해내는 호르몬 인슐린과, 그 조절이 느슨해질 때 생기는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을 시뮬레이터로 따라간다. 다온의 점심 뒤 혈당과 대회 전 탄수화물도 계산한다.
- 식후 혈당과 인슐린 곡선을 읽고, 혈당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설명한다.
- 인슐린 감수성과 인슐린 분비, 두 손잡이로 정상·인슐린 저항성·제2형 당뇨병을 구별한다.
- 식사의 양·종류와 식후 걷기가 혈당 곡선을 어떻게 바꾸는지 본다.
- 혈당이 신장 역치를 넘으면 소변으로 새는 원리와 HbA1c가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원리를 안다.
- 공복 혈당·HbA1c의 진단 경계값을 알고, 기준이 학회·시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안다.
밥을 먹은 뒤 혈당 곡선
혈당(Blood glucose)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로, 보통 mg/dL로 잰다. 밤새 굶은 아침의 공복 혈당(Fasting plasma glucose)은 약 70~99 mg/dL다. 이때는 간이 저장해 둔 글리코겐을 풀고 새로 포도당을 만들어 뇌가 쓰는 만큼 내보낸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이 혈액으로 쏟아진다. 혈당이 오르면 이자(췌장)의 베타 세포(β cell)가 인슐린(Insulin)을 내보낸다. 인슐린은 근육과 지방 세포에 포도당을 받아들이라고, 간에는 포도당을 그만 내보내고 글리코겐으로 저장하라고 신호한다. 병원에서는 포도당 75 g을 마시고 2시간 동안 혈당을 재는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ral glucose tolerance test, OGTT)로 이 능력을 본다.
아래에서 네 가지 몸에 포도당 75 g을 마시게 해 보자. 위는 혈당, 아래는 인슐린이다. 세로선을 끌면 그 순간의 값이 나온다.
포도당 부하 검사의 네 곡선
2시간 혈당이 140 mg/dL 미만이면 정상, 140~199면 내당능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 200 이상이면 당뇨병 범위로 본다. 인슐린 저항성 곡선은 혈당만 보면 정상처럼 보인다. 혈당이 오르기 몇 년 전부터 인슐린이 먼저 오른다는 것이 이 장의 중요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되먹임 고리: 포도당, 인슐린, 인슐린의 작용
혈당 조절을 가장 단순하게 쓴 수학 모델이 최소 모델(Minimal model)이다. 1979년 버그만이 정맥 포도당 검사를 해석하려고 만들었다. 구획은 셋뿐이다. 혈당 \(G\), 혈중 인슐린 \(I\), 그리고 인슐린이 조직에 실제로 미치는 작용 \(X\)다. 인슐린은 혈관에서 조직 사이로 스며들어야 일을 하므로 \(X\)는 \(I\)보다 늦게 오르고 늦게 내려간다.
아래 애니메이션은 이 고리를 그대로 그린다. 점의 흐름은 포도당과 인슐린이 움직이는 속도에 비례한다. 재생해서 식사 뒤 4시간을 지켜보자.
최소 모델의 고리를 움직여 보기
두 손잡이: 감수성과 분비
혈당을 지키는 힘은 두 가지의 곱이다. 인슐린이 얼마나 잘 듣는가(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와 베타 세포가 인슐린을 얼마나 낼 수 있는가(인슐린 분비(Insulin secretion))다. 감수성이 떨어진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 한다. 복부 지방,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나이, 유전이 감수성을 낮춘다.
감수성이 떨어져도 베타 세포가 인슐린을 더 내면 혈당은 정상으로 유지된다. 이것을 보상이라 한다. 제2형 당뇨병은 보상하던 베타 세포가 지쳐 분비가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할 때 드러난다. 아래 평면 위의 점을 끌어 두 손잡이를 함께 움직여 보자. 배경색은 그 자리의 혈당 판정이다.
감수성 × 분비 평면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이 오르기 10년쯤 전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혈당 검사는 정상이고, 인슐린만 높다. 이 시기에 운동, 체중 감량, 수면 같은 생활 변화가 감수성을 올리면 베타 세포의 부담이 줄어 진행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대규모 연구의 결론이다.
같은 탄수화물, 다른 곡선
혈당 곡선의 높이는 탄수화물의 양뿐 아니라 흡수 속도로도 달라진다. 흰빵이나 단 음료처럼 빨리 소화되는 음식은 곡선이 높고 뾰족하고, 통곡물·콩·채소처럼 천천히 소화되는 음식은 낮고 넓다. 이 차이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혈당 지수(Glycemic index, GI)다. 같은 탄수화물에 지방이나 단백질, 식이 섬유를 곁들이면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져 곡선이 낮아진다.
양, 속도, 지방
식후 걷기
근육은 수축할 때 인슐린과 상관없이 포도당 문(GLUT4)을 세포 표면으로 꺼내 놓는다. 그래서 식후에 걷기만 해도 근육이 혈액의 포도당을 직접 빨아들인다. 운동한 뒤 몇 시간은 인슐린 감수성 자체도 오른다. 아래 시간축의 걷기 막대를 끌어 시작 시각을 옮기고, 막대의 오른쪽 끝을 끌어 길이를 바꿔 보자.
언제, 얼마나 걸을까
제1형 당뇨병: 인슐린을 밖에서 넣는다
제1형 당뇨병(Type 1 diabetes)은 면역계가 베타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병이다. 대개 어린 나이에 시작되며, 인슐린 주사나 펌프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식사 인슐린은 양과 시각이 모두 중요하다. 피하에 넣은 속효성 인슐린은 혈액에 닿는 데 시간이 걸려 최고 작용이 약 1시간 뒤다. 그래서 너무 늦게 넣으면 식후 혈당이 치솟고, 너무 많이 넣으면 몇 시간 뒤 저혈당(Hypoglycemia)이 온다.
아래 그래프의 주사 표시(세로 막대)를 좌우로 끌면 주사 시각이, 위아래로 끌면 양이 바뀐다. 식사는 탄수화물 60 g이다.
식사 인슐린의 양과 시각
신장 역치: 혈당이 소변으로 샐 때
콩팥은 하루 약 180 L의 혈장을 걸러 그 안의 포도당을 거의 전부 다시 흡수한다. 그런데 다시 흡수하는 운반체(SGLT2 등)의 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혈당이 약 180~200 mg/dL을 넘으면 걸러진 포도당이 운반체의 최대 속도를 넘어서 소변으로 새기 시작한다. 이 경계를 신장 역치(Renal threshold)라 한다. 당뇨병이라는 이름(소변에서 단맛이 나는 병)도, 소변이 많아지고 목이 마른 증상도 여기서 나온다(18장).
여과, 재흡수, 배설
하루의 혈당과 HbA1c
혈당은 하루에도 식사마다 오르내린다. 그래서 한 번 잰 혈당보다 몇 달의 평균을 보여 주는 지표가 쓸모 있다.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에는 혈당이 높을수록 포도당이 더 많이 들러붙는다. 이렇게 포도당이 붙은 헤모글로빈의 비율이 당화혈색소(HbA1c)다. 적혈구가 약 120일 사는 동안 쌓이므로 지난 2~3개월의 평균 혈당을 반영한다.
| 구분 | 공복 혈당(mg/dL) | 75 g 부하 2시간(mg/dL) | HbA1c(%) |
|---|---|---|---|
| 정상 | 70~99 | < 140 | < 5.7 |
| 당뇨 전단계 | 100~125 | 140~199 | 5.7~6.4 |
| 당뇨병 범위 | ≥ 126 | ≥ 200 | ≥ 6.5 |
위 표는 국내 진료 지침에서 흔히 쓰는 경계값이다. 진단 기준은 학회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실제 진단은 검사를 반복하고 다른 정보와 함께 의료진이 내린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연속 혈당 측정기처럼 하루의 혈당을 그린다. 식사 표시를 좌우로 끌어 시각을, 위아래로 끌어 탄수화물 양을 바꿔 보자.
하루의 혈당과 평균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이며 진단이나 치료에 쓰지 않습니다. 목마름, 잦은 소변, 이유 없는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있거나 혈당·HbA1c 수치가 걱정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다온의 점심과 대회 전 탄수화물
다온의 공복 혈당은 98 mg/dL로 정상 범위의 위쪽 끝, HbA1c는 5.6 %로 정상이지만 전단계(5.7 %) 바로 아래다.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생활의 흔적일 수 있다. 점심으로 탄수화물 90 g(밥 한 공기 반과 반찬)을 먹고 바로 자리에 앉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대회 전날과 당일, 다온은 탄수화물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아래 위쪽은 다온의 점심 혈당이다. 걷기 막대를 끌어 옮길 수 있다. 아래쪽은 대회 동안의 글리코겐 저장고다. 대회 전날의 탄수화물과 거리를 바꿔 보자.
다온의 점심, 그리고 대회의 연료
공복 혈당 98, HbA1c 5.6 %, 점심 뒤 최고 약 163 mg/dL
다온의 공복 혈당 98 mg/dL은 정상(70~99)의 위쪽 끝, HbA1c 5.6 %는 평균 혈당 약 114 mg/dL에 해당하는 정상 값이다. 둘 다 당뇨 전단계 경계(100, 5.7 %) 바로 아래다. 점심으로 탄수화물 90 g을 먹고 앉아 있으면 혈당이 식후 약 34분에 약 163 mg/dL까지 올랐다가 약 3시간 뒤에 공복 수준으로 돌아온다. 식후 15분부터 30분 걸으면 최고가 약 140 mg/dL로 내려간다. 대회 속도(RER 약 0.90)에서는 연료의 약 3분의 2가 탄수화물이라 10 km 동안 약 120 g의 탄수화물을 쓴다. 평소 식사(전날 체중 1 kg당 5 g)로 채운, 꺼내 쓸 수 있는 약 330 g이면 충분하고 결승선에도 약 200 g이 남는다. 탄수화물을 며칠 몰아 먹는 전략은 90분 넘게 달리는 경기에서 의미가 있다.
핵심 정리
- 공복 혈당은 약 70~99 mg/dL. 식사 뒤 혈당이 오르면 베타 세포가 인슐린을 내고, 인슐린은 근육·지방의 흡수와 간의 저장을 늘려 2~3시간 안에 혈당을 되돌린다.
- 최소 모델: 혈당 G, 인슐린 I, 인슐린 작용 X. X는 I보다 늦게 움직여 되먹임이 늦다.
- 혈당 조절 능력은 감수성 × 분비다. 인슐린 저항성은 분비가 보상하는 동안 혈당이 정상이고 인슐린만 높다. 분비가 따라가지 못하면 제2형 당뇨병이 드러난다. HOMA-IR = 공복 혈당 × 공복 인슐린 ÷ 405.
- 같은 탄수화물도 빨리 흡수되면 곡선이 높고 뾰족하다. 식후 걷기는 근육이 인슐린 없이 포도당을 받아들이게 해 최고점을 낮춘다.
- 혈당이 약 180~200 mg/dL을 넘으면 콩팥의 재흡수 능력을 넘어 포도당이 소변으로 샌다(신장 역치).
- HbA1c는 2~3개월 평균 혈당을 반영한다. 평균 ≈ 28.7 × HbA1c − 46.7. 정상 < 5.7 %, 당뇨병 범위 ≥ 6.5 %(기준은 학회·시기에 따라 다르다).
확인 퀴즈
공복 혈당 99 mg/dL, 공복 인슐린 15 µU/mL인 사람의 HOMA-IR에 가장 가까운 것은?
HbA1c 7.0 %에 해당하는 평균 혈당에 가장 가까운 것은?
보상된 인슐린 저항성의 포도당 부하 검사 결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식후에 걷기를 하면 혈당 최고점이 낮아지는 주된 이유는?
GFR이 125 mL/min이고 혈당이 300 mg/dL일 때 1분에 걸러지는 포도당은? (재흡수 최대 약 375 mg/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