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조절
사람의 몸은 쉬고 있을 때도 백열전구 하나만큼(약 100 W)의 열을 낸다. 달리면 그 여덟 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몸속 온도는 37 °C 근처에서 1~2 °C 안쪽으로 움직인다. 몸이 그만큼 정확하게 열을 버리기 때문이다. 열을 버리는 길은 네 가지이고, 그중 더운 날 거의 유일하게 남는 길이 땀의 증발이다. 이 장은 열 생산과 열 손실의 저울을 직접 기울여 보고, 습도가 왜 무서운지, 열은 왜 나는지, 열사병은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다온의 대회와 함께 따라간다.
- 열 생산(대사, 떨림)과 네 가지 열 손실(복사, 대류, 전도, 증발)을 저울로 설명한다.
-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체온이 오르는 이유를 최대 증발량으로 설명한다.
- 피부 혈류와 땀(더위), 혈관 수축과 떨림(추위)이 어떻게 함께 일하는지 안다.
- 열이 날 때 설정점이 올라가 오한과 땀이 차례로 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 더위 적응이 바꾸는 것과 열탈진·열사병의 경고 신호를 구별한다.
열의 저울
몸의 온도는 들어오는 열과 나가는 열의 차이로 정해진다. 들어오는 쪽에는 대사열(Metabolic heat)이 있다. 몸이 쓰는 에너지는 결국 거의 전부 열이 된다. 근육이 일을 해도 효율은 20~25 %에 그치고 나머지는 열이며, 평지를 달릴 때는 바깥에 남는 일이 거의 없어 사실상 전부가 열이다(13장). 추울 때는 근육을 일부러 떨어 열을 더 만든다.
나가는 쪽에는 네 가지 길이 있다. 피부가 주변보다 따뜻하면 적외선으로 열을 내보내는 복사(Radiation), 피부에 닿는 공기가 데워져 흘러가는 대류(Convection), 닿아 있는 물체로 직접 옮겨 가는 전도(Conduction), 그리고 물이 수증기가 되며 열을 가져가는 증발(Evaporation)이다. 땀 1 L가 증발하면 약 2,400 kJ(약 580 kcal)가 빠져나간다. 숨을 쉴 때도 데워지고 젖은 공기를 내쉬므로 열이 조금 나간다.
아래 저울에서 활동, 기온, 습도를 바꿔 보자. 왼쪽 접시는 생산, 오른쪽은 손실이다. 남는 열이 있으면 저울이 왼쪽으로 기울고 체온이 오른다.
열 생산과 열 손실의 저울
저울이 기울어 남는 열은 몸에 쌓인다. 몸의 열용량은 약 3.5 kJ/kg/°C, 다온(78 kg)이면 약 270 kJ로 체온이 1 °C 오른다. 100 W가 남으면 45분, 달릴 때처럼 800 W가 남으면 6분 만에 1 °C다. 그래서 몸은 남는 열을 거의 0으로 맞추도록 피부 혈류와 땀을 끊임없이 조절한다.
움직이면 체온이 오른다
달리면 체온이 오르는 것은 조절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땀은 체온이 올라야 나오므로, 열 생산이 커지면 몸은 조금 더 높은 체온에서 새 균형을 잡는다. 운동 중 심부 체온이 38~39 °C인 것은 정상이고, 그 높이는 바깥 날씨보다 운동 강도에 비례한다. 아래 곡선에서 대사량을 끌어 보자.
운동 강도와 심부 체온
습도: 땀이 마르지 않으면
기온이 피부 온도(약 35 °C)에 가까워지면 복사와 대류로는 열이 거의 나가지 않는다. 남는 길은 증발뿐이다. 그런데 증발은 피부 표면의 수증기 압력과 공기의 수증기 압력 차이로 일어난다. 공기가 이미 수증기로 차 있으면(습도가 높으면) 땀이 흘러내릴 뿐 마르지 않는다. 흘러내린 땀은 열을 가져가지 못하고 물만 버린다.
그래서 같은 30 °C라도 습도 40 %와 80 %는 전혀 다른 날이다. 이것을 사람이 느끼는 온도로 바꾼 것이 열지수(Heat index), 체감 온도다. 오른쪽 지도에서 점을 끌어 날씨를 고르면 왼쪽 그래프가 그 날씨에서 달리는 다온이 증발로 버릴 수 있는 최대 열과 버려야 하는 열을 보여 준다.
습도와 증발, 그리고 열지수
열지수는 그늘·약한 바람을 기준으로 한 값이라 햇볕 아래에서는 실제 부담이 더 크다. 운동 경기나 야외 작업의 기준에는 햇볕과 바람까지 넣은 습구흑구온도(Wet-bulb globe temperature, WBGT)를 쓰는 경우가 많다. 기준과 단계는 기관·나라에 따라 다르다.
두 개의 손잡이: 피부 혈류와 땀
체온을 재는 중심은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다. 시상하부는 몸속 피의 온도와 피부의 온도 감지 신호를 함께 받아 설정점(Set point)(약 37 °C)과 비교한다(2장의 음성 되먹임). 더울 때 쓰는 손잡이는 둘이다.
첫째는 피부 혈류다. 몸속의 열은 대부분 피가 실어 피부로 나른다. 피부 혈관을 넓히면 쉴 때 분당 0.3 L 남짓이던 피부 혈류가 더위 속 운동에서는 6~7 L까지 늘어난다. 피부가 붉어지는 것이 이것이다. 둘째는 땀이다. 교감 신경이 온몸의 땀샘(약 200~400만 개)을 움직여 시간당 1~2 L까지 땀을 낸다. 피부 혈류가 열을 피부까지 나르고, 땀이 그 열을 공기로 넘긴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심부 → 피부 → 공기
피부 혈류에는 대가가 있다. 피부로 간 피는 근육으로 가지 못하고, 넓어진 피부 혈관에 피가 고여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가 준다. 땀으로 혈장까지 줄면 1회 박출량이 떨어지고 심박수가 올라간다. 더운 날 같은 속도에서 심박이 10~20 높게 나오는 이유다(7장). 결국 더위 속 운동은 근육과 피부가 심장의 박출량을 나눠 갖는 싸움이다.
추위: 문을 닫고 불을 지핀다
추울 때는 반대로 한다. 먼저 피부 혈관을 좁혀 열을 실어 나르지 않는다. 피부와 손발이 차가워지는 대신 피부와 지방층이 단열재가 된다. 그래도 모자라면 근육을 박자 없이 떨어 열을 만든다. 떨림(Shivering)은 쉴 때 열 생산을 두세 배, 최대 다섯 배까지 늘린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은 행동이다. 옷을 입고, 바람을 피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옷의 단열은 clo(반팔·반바지 약 0.3, 정장 약 1, 두꺼운 겨울 외투 약 2)로 잰다.
추위, 바람, 옷
심부 체온이 35 °C 아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Hypothermia)이다. 처음에는 심하게 떨지만, 32 °C쯤부터는 오히려 떨림이 멈추고 판단이 흐려진다. 물에 젖으면 열이 공기 중보다 수십 배 빨리 빠져나가므로 젖은 옷은 추운 날 가장 위험한 조합이다.
열: 설정점이 올라간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은 체온 조절이 고장 난 것이 아니다. 면역 세포가 내는 신호 물질(사이토카인)이 시상하부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들게 하고, 이것이 설정점을 올린다. 몸은 여전히 정확하게 조절하는데, 목표가 39 °C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열이 오를 때는 37 °C인 몸이 "너무 춥다"고 느낀다. 피부 혈관을 닫고(창백하고 차가운 손발), 떨고(오한), 이불을 찾는다. 반대로 해열제를 먹거나 감염이 지나가 설정점이 37 °C로 돌아오면, 39 °C인 몸이 "너무 덥다"고 느껴 땀을 흘리고 피부가 붉어진다. 아래 그래프에서 설정점의 높이와 열이 내리는 시각을 끌어 보자.
오한에서 땀까지
열은 몸이 일부러 만드는 상태라서 대개 위험하지 않고, 면역 반응을 돕는다는 연구도 많다. 문제는 설정점과 상관없이 체온이 오르는 경우다. 더위 속 운동에서는 설정점은 그대로인데 열을 버리지 못해 체온이 오른다. 이것을 고체온(Hyperthermia)이라 하고, 해열제는 설정점을 내리는 약이라 이때는 듣지 않는다. 몸을 직접 식혀야 한다.
더위 적응: 2주가 바꾸는 것
더운 곳에서 매일 1~2시간씩 운동하면 1~2주 만에 몸이 바뀐다. 이것을 더위 적응(Heat acclimatization)이라 한다. 땀이 더 일찍, 더 많이 나고, 땀 속 소금이 줄어든다. 혈장량이 10 % 안팎 늘어 피부와 근육에 피를 함께 보낼 여유가 생기고, 같은 운동에서 심박수와 체온이 낮아진다. 적응은 처음 며칠에 가장 크게 일어나고, 더위를 떠나면 몇 주에 걸쳐 사라진다.
첫날과 열나흘째
습한 더위에서 적응의 이득이 작다는 것은 중요한 교훈이다. 땀을 많이 흘릴수록 물과 소금을 더 잃는데, 증발하지 못한 땀은 체온을 내리지 못한다. 습한 날에는 땀의 양이 아니라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체온을 지키는 방법이다.
심부와 껍질
"체온 37 °C"는 몸 전체의 온도가 아니다. 머리와 몸통 깊은 곳, 즉 심부(Core)만 37 °C 근처로 지켜지고, 피부와 팔다리, 즉 껍질(Shell)은 날씨에 따라 크게 바뀐다. 추우면 껍질이 두꺼워져(손발까지 차가워짐) 심부를 감싸는 단열재가 되고, 더우면 껍질이 얇아져 손발까지 따뜻한 피가 돈다. 귀 체온계, 겨드랑이 체온계, 혀 밑 체온계 값이 서로 다른 것도 같은 이유다.
몸의 온도 지도
열사병: 넘지 말아야 할 선
열 때문에 생기는 병은 한 줄로 이어진다. 가장 가벼운 것은 땀과 소금을 잃어 생기는 근육 경련이다. 그다음은 열탈진(Heat exhaustion)으로, 땀으로 물을 잃고 피부로 피가 몰려 혈압이 떨어진다. 어지럽고 메스껍고 기운이 없으며 땀을 많이 흘린다. 심부 체온은 대개 40 °C 아래이고 의식은 맑다. 그늘에서 쉬고 식히고 물을 마시면 회복된다.
열사병(Heat stroke)은 다르다. 심부 체온이 40 °C를 넘고 뇌가 영향을 받는다. 헛소리, 비틀거림, 공격적인 행동, 의식 저하, 경련이 생긴다. 땀이 멈춘 뜨겁고 마른 피부가 교과서적 모습이지만, 운동하다 생기는 열사병에서는 땀이 계속 나는 경우가 많다. 체온 단백질이 망가지고 장기가 손상되는 응급 상황으로, 가능한 빨리 찬물에 몸을 담그는 등 적극적으로 식히는 것이 생명을 지킨다.
체온계 위의 경고 신호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열이 오래가거나, 더위·추위 속에서 몸에 이상이 느껴지거나, 체온이 걱정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다온의 대회: 58분의 열
다온의 대회 날은 24 °C, 습도 60 %다. 대회 속도(약 10.4 km/h)에서 다온의 몸은 약 804 W의 열을 낸다. 쉬고 있을 때의 여덟 배다. 아래 모니터는 출발에서 결승까지 다온의 심부 체온, 피부 온도, 땀, 쌓이는 열을 보여 준다. 날씨와 속도를 바꾸고, 2주의 더위 적응을 켜 보자.
다온의 10 km, 체온 모니터
대회 결승에서 심부 체온 약 38.3 °C, 땀 약 0.6 L
대회 조건(24 °C, 습도 60 %, 열지수 약 24 °C)에서 약 804 W로 58분을 달리면 다온의 심부 체온은 처음 20분 동안 약 38.2 °C까지 오른 뒤 평평해져 결승에서 약 38.3 °C다. 땀은 시간당 약 0.7 L, 모두 약 0.6 L이고, 피부 혈류는 쉴 때의 여러 배인 분당 약 2.2 L다. 증발 가능한 최대치(약 650 W)가 필요량(약 540 W)보다 넉넉해 새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같은 대회가 30 °C, 습도 70 %(열지수 약 35 °C)라면 증발이 최대치에 닿아 체온이 끝까지 오르기만 하고, 결승에서 약 39.0 °C, 땀은 약 1 L가 된다. 2주 더위 적응은 24 °C에서 결승 체온을 약 38.15 °C로 낮추지만, 습한 30 °C에서는 거의 바꾸지 못한다.
핵심 정리
- 체온은 열 생산(대사, 떨림)과 열 손실(복사, 대류, 전도, 증발, 호흡)의 차이로 정해진다. 쉴 때 약 100 W, 달릴 때 약 800 W가 열이 된다.
- 기온이 피부 온도(약 35 °C)에 가까우면 열을 버리는 길은 증발뿐이다. 습도가 높으면 최대 증발량이 줄어 땀을 흘려도 체온이 오른다.
- 더울 때는 피부 혈류(열을 피부로 나름)와 땀(열을 공기로 넘김), 추울 때는 피부 혈관 수축(단열)과 떨림(열 생산)이 일한다. 행동(옷, 그늘, 속도)이 가장 강력한 조절이다.
- 운동 중 체온 38~39 °C는 강도에 비례한 새 균형이다. 열(발열)은 설정점이 올라간 것이어서 오를 때는 오한, 내릴 때는 땀이 난다.
- 더위 적응(1~2주)은 땀을 더 일찍·많이 내고 혈장량을 늘려 체온과 심박을 낮추지만, 습한 더위에서는 이득이 작다.
- 열탈진은 의식이 맑고 쉬면 회복되지만, 열사병은 심부 체온 40 °C 이상에 의식 변화가 따르는 응급이다. 즉시 적극적으로 식힌다.
확인 퀴즈
기온 36 °C, 습도 90 %의 날 달리기를 할 때 체온이 쉽게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78 kg인 사람의 몸에 열이 100 W씩 쌓인다. 몸의 열용량을 3.5 kJ/kg/°C로 두면 심부 체온이 1 °C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얼마인가?
감기로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 몸이 떨리고 손발이 차가운 이유는?
땀 0.6 L가 모두 증발했다. 몸에서 빠져나간 열은 약 얼마인가? (땀 1 L 증발 ≈ 2,400 kJ)
열탈진과 열사병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