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교환과 산소 운반
폐포에 닿은 공기의 산소는 0.3 µm 두께의 막을 건너 피로 들어가고, 헤모글로빈에 실려 1분 만에 온몸을 돈 뒤 미토콘드리아까지 내려간다. 그 길은 분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계단이다. 이 장은 계단의 각 칸에서 산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헤모글로빈이 어떻게 폐에서는 꽉 쥐고 근육에서는 놓아 주는지, 그리고 산이 높아지거나 일산화탄소를 마시면 그 흐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돌려 본다.
- 분압을 계산하고, 대기에서 미토콘드리아까지 산소 분압이 떨어지는 계단을 설명한다.
- 폐포 가스식으로 PAO2를 구하고, 고도·흡입 산소 농도·환기가 그 값을 어떻게 바꾸는지 안다.
- 모세혈관 통과 시간과 확산의 평형을 이해하고, 운동과 막 두꺼워짐의 효과를 비교한다.
- 헤모글로빈 해리 곡선의 S자 모양과 보어 효과, 일산화탄소의 이중 피해를 설명한다.
- 산소 함량과 산소 운반량을 계산하고, 빈혈·저산소혈증·심박출 감소를 구별한다.
분압의 계단
공기는 여러 기체의 혼합물이다. 해수면 대기압 760 mmHg 가운데 질소가 약 79 %, 산소가 약 21 %를 차지한다. 혼합 기체에서 한 기체가 맡는 압력을 분압(Partial pressure)이라 하고, 전체 압력에 그 기체의 비율을 곱해 구한다(돌턴 법칙). 산소의 분압은 760 × 0.21 ≈ 160 mmHg다. 기체는 농도가 아니라 이 분압의 차이를 따라 확산한다.
산소는 이 150 mmHg에서 출발해 계단을 내려간다. 폐포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자리를 차지해 약 100, 동맥혈은 약 95, 조직의 모세혈관 끝은 약 40, 세포 안은 20 안팎, 미토콘드리아 곁에서는 몇 mmHg에 불과하다. 계단 아래쪽이 낮을수록 산소가 잘 흘러내린다. 아래에서 산을 올라가 보자. 산 그림 위의 사람을 위아래로 끈다.
산소 분압의 계단과 고도
산소 비율이 21 %라는 사실은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도 그대로다. 달라지는 것은 전체 압력이다. 정상의 대기압은 해수면의 3분의 1에 가깝고, 그만큼 산소 분압도 줄어든다. 고지대 등반가가 숨을 거칠게 쉬는 것은 산소 부족을 이산화탄소를 비워 내는 것으로 일부 메우는 행동이다.
폐포 가스식: 폐포의 산소는 얼마인가
들이쉰 공기의 산소 분압은 약 150 mmHg인데 폐포에서는 약 100 mmHg로 떨어진다. 폐포에서는 피가 산소를 계속 가져가고 이산화탄소를 계속 내놓기 때문이다. 이 관계를 한 줄로 쓴 것이 폐포 가스식(Alveolar gas equation)이다.
식이 말해 주는 것은 세 가지다. 산소를 더 많이 들이쉬면(FIO2↑) PAO2가 오른다. 높은 곳에 가면(PB↓) 떨어진다. 그리고 숨을 덜 쉬어 이산화탄소가 쌓이면(PaCO2↑) 그 몫만큼 산소 자리가 줄어든다. PaCO2는 폐포 환기량에 반비례하므로(8장), 결국 환기가 줄면 산소도 준다. 아래 직선 위의 점을 끌어 PaCO2를 바꿔 보자.
폐포 가스식: 환기, 산소 농도, 고도
폐포 산소 분압과 동맥 산소 분압의 차이(A-a 차이(Alveolar–arterial gradient))는 건강한 젊은이에서 5~15 mmHg다. 폐포 가스식으로 계산한 PAO2와 실제 동맥혈 검사의 PaO2가 크게 벌어지면, 문제는 환기의 양이 아니라 폐 안에서 가스가 피로 넘어가는 과정(확산, 환기-관류 불균형, 션트)에 있다. 이 장 뒤쪽에서 하나씩 본다.
확산: 0.3 µm의 막과 0.75초
폐포의 공기와 모세혈관의 피 사이에는 폐포 벽 세포, 기저막, 모세혈관 벽 세포가 겹친 폐포-모세혈관 막(Alveolar–capillary membrane)이 있다. 두께는 0.2~0.5 µm, 펼친 넓이는 50~100 m²로 테니스장 절반쯤이다. 확산량은 넓이와 분압 차에 비례하고 두께에 반비례한다(픽의 법칙, 3장).
적혈구 하나가 폐 모세혈관을 지나는 데는 쉴 때 약 0.75초가 걸린다. 그런데 산소 분압은 처음 0.25초 만에 폐포와 거의 같아진다. 남은 3분의 2는 여유다. 운동하면 피가 빨리 흘러 통과 시간이 0.25~0.4초로 줄지만, 건강한 폐에서는 이 여유 덕분에 여전히 꽉 채워진다. 막이 두꺼워지는 병(폐섬유화)이나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모세혈관을 지나는 0.75초
산소가 확산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아니라 피가 흘러오는 속도에 묶여 있는 상태를 관류 제한(Perfusion-limited)이라 한다. 건강한 폐의 산소 교환이 그렇다. 막이 두껍거나 고도가 높아 시간이 모자라는 상태는 확산 제한(Diffusion-limited)이다. 정상 폐도 높은 산에서 전력으로 달리면 확산 제한에 걸린다.
헤모글로빈: 폐에서는 쥐고, 근육에서는 놓는다
산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PO2 100 mmHg의 혈장 1 dL에 녹는 산소는 0.3 mL뿐이다. 피가 실제로 나르는 산소의 98 %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Hemoglobin)에 붙어 있다. 헤모글로빈 1 g은 산소 1.34 mL와 결합하고, 피 1 dL에는 약 15 g이 있으므로 꽉 채우면 약 20 mL다.
헤모글로빈은 산소 네 개를 싣는 분자로, 하나가 붙으면 나머지가 더 잘 붙는다(협동 결합). 그래서 PO2와 포화도의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S자 곡선, 산소-헤모글로빈 해리 곡선(Oxyhemoglobin dissociation curve)이 된다. 윗부분은 평평해 폐포 PO2가 100에서 70으로 떨어져도 포화도는 조금만 준다. 아랫부분은 가팔라 조직의 PO2가 조금만 떨어져도 산소를 많이 내놓는다.
곡선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 일하는 근육처럼 산이 많고(pH↓), 이산화탄소가 많고, 따뜻하고, 2,3-DPG가 많은 곳에서는 곡선이 오른쪽으로 밀려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더 쉽게 놓는다. 이것이 보어 효과(Bohr effect)다. 아래에서 조직의 점을 끌고 조건을 바꿔 보자.
해리 곡선과 보어 효과
보어 효과는 영리한 배달 장치다. 폐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며 pH가 올라 곡선이 왼쪽으로 가 산소를 꽉 쥐고, 일하는 근육에서는 산과 열이 곡선을 오른쪽으로 밀어 산소를 놓는다. 같은 PO2라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헤모글로빈의 손아귀 힘이 달라진다. 고지대에 며칠 머물면 적혈구 속 2,3-DPG가 늘어 곡선이 조금 오른쪽으로 가고, 태아의 헤모글로빈은 반대로 왼쪽에 있어 엄마의 피에서 산소를 끌어온다.
산소 함량과 산소 운반량
포화도는 헤모글로빈 자리 가운데 몇 %가 찼는지일 뿐, 피에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피 1 dL에 실린 산소의 양이 산소 함량(O₂ content)이고, 그것을 1분에 얼마나 실어 보내는지가 산소 운반량(O₂ delivery)이다.
식에서 보듯 운반량을 떨어뜨리는 길은 셋이다. 헤모글로빈이 모자라거나(빈혈(Anemia)), 포화도가 낮거나(저산소혈증(Hypoxemia)), 심장이 피를 덜 보내거나. 아래에서 세 손잡이를 돌려 보자. 위쪽 혈관 속 적혈구의 수는 헤모글로빈, 색은 포화도, 속도는 심박출량이다.
산소를 실어 나르는 세 손잡이
건강한 사람이 쉴 때 몸은 운반된 산소의 약 4분의 1만 쓰고 나머지는 정맥혈에 남겨 돌려보낸다. 이 여유 덕분에 운반량이 어느 정도 줄어도 조직은 더 많이 뽑아 쓰는 것으로 버틴다. 빈혈이 있는 사람이 쉴 때는 괜찮다가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는 것은, 여유가 이미 줄어 운동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 두 번 막는 기체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CO)는 색도 냄새도 없는 기체로, 불이 불완전하게 탈 때 생긴다. 헤모글로빈에 붙는 힘이 산소의 약 200~250배다. 공기 중에 아주 조금만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헤모글로빈 자리를 차지해 간다. 그 피해는 두 겹이다.
첫째, CO가 차지한 자리에는 산소가 실리지 못한다. 헤모글로빈이 줄어든 빈혈과 같은 효과다. 둘째, 더 나쁜 것은 CO가 붙은 헤모글로빈의 나머지 자리가 산소를 더 꽉 쥐게 되어 곡선이 왼쪽으로 밀린다는 점이다. 그나마 실린 산소도 조직에서 잘 내려놓지 못한다. 같은 양의 헤모글로빈을 잃은 빈혈과 비교해 보자.
일산화탄소와 빈혈 비교
이 장의 수치와 시뮬레이터는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모델입니다. 숨가쁨, 입술이 파래짐, 원인 모를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있거나, 빈혈이나 산소 포화도 수치가 걱정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환기와 관류의 짝: 산소를 줘도 안 오르는 경우
폐의 수억 개 폐포 하나하나가 제 몫을 하려면 공기(환기, V)와 피(관류, Q)가 함께 와야 한다. 둘의 비율 환기-관류 비(V/Q ratio)는 폐 전체로 약 0.8이다. 공기는 오는데 피가 오지 않는 폐포(V/Q = ∞)는 사강처럼 헛돌고, 피는 오는데 공기가 오지 않는 폐포(V/Q = 0)를 지난 피는 산소를 받지 못한 채 동맥으로 섞여 들어간다. 이것을 션트(Shunt)라 한다. 폐렴으로 폐포가 고름으로 찬 곳, 폐가 찌그러진 곳이 그렇다.
아래 폐는 폐포 두 무리 A와 B로만 되어 있다. 위쪽 막대는 공기를, 아래쪽 막대는 피를 두 무리에 어떻게 나눌지 정한다. 손잡이를 끌어 A로 가는 공기나 피를 줄여 보고, 흡입 산소 농도를 올려 동맥 PO2가 얼마나 회복되는지 본다.
두 무리의 폐포: 션트와 사강
병원에서 산소를 줘도 포화도가 오르지 않는 환자를 보면 의료진은 션트를 떠올린다. 반대로 산소 몇 L만으로 쉽게 좋아지면 환기 부족이나 부분적인 V/Q 불균형 쪽이다. 건강한 사람의 폐에도 작은 불균형이 있다. 서 있으면 중력 때문에 피는 폐 아래쪽에 몰리고 공기는 상대적으로 위쪽이 많아, 폐 꼭대기의 V/Q는 3을 넘고 바닥은 0.6 안팎이다. 건강한 A-a 차이 5~15 mmHg의 상당 부분이 이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의 귀갓길과 홀데인 효과
세포가 산소 1분자를 쓸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약 0.8분자 생긴다. 쉬는 몸은 1분에 약 200 mL를 폐까지 날라 버려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세 가지 형태로 피에 실린다. 대부분(약 70 %)은 적혈구 안의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가 물과 합쳐 중탄산 이온(Bicarbonate, HCO₃⁻)으로 바꿔 혈장으로 내보낸다. 약 20~25 %는 헤모글로빈에 직접 붙고(카르바미노 화합물), 약 7 %는 그냥 녹아 간다.
중탄산 이온이 적혈구 밖으로 나가는 자리에는 염소 이온이 들어온다(염소 이동(Chloride shift)). 이때 생긴 수소 이온은 산소를 내놓은 헤모글로빈이 붙잡는다. 산소를 놓은 헤모글로빈이 수소 이온과 이산화탄소를 더 잘 받는 이 성질이 홀데인 효과(Haldane effect)다. 보어 효과의 거울상이다.
이산화탄소 운반과 홀데인 효과
이산화탄소 운반이 중탄산을 거친다는 사실은 다음 장의 열쇠다. 중탄산과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바로 피의 pH를 정하기 때문이다. 숨을 얼마나 쉬느냐가 산성도를 바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10장).
다온의 산소: 해수면과 고지대 대회
다온이 쉴 때 폐포 산소 분압은 폐포 가스식으로 약 102 mmHg, 동맥 PO2 약 98, 포화도 약 97 %, 헤모글로빈 15 g/dL로 산소 함량 약 20 mL/dL, 심박출량 5.4 L/min이면 산소 운반량은 약 1,070 mL/min이다. 대회 속도로 달리면 심박출량이 약 18 L/min으로 늘고, 피는 폐 모세혈관을 약 0.45초 만에 지나간다. 그래도 포화도가 유지될까. 그리고 만약 대회가 해발 1,500 m의 고원 도시에서 열린다면.
다온의 산소 사슬, 해수면에서 고원까지
PAO2 약 102 mmHg, SaO2 약 97 %, 산소 운반량 약 1,070 mL/min. 1,500 m에서는 PAO2가 약 76으로
해수면에서 쉬는 다온의 폐포 산소 분압은 약 102 mmHg(폐포 가스식, PaCO2 40), 동맥 포화도는 약 97 %, 산소 함량은 약 20 mL/dL(1.34 × 15 × 0.976 + 0.003 × 98 ≈ 19.9)이고, 심박출량 5.4 L/min을 곱한 산소 운반량은 약 1,070 mL/min이다. 대회 속도에서는 모세혈관 통과 시간이 0.75초에서 약 0.45초로 짧아지지만, 건강한 막은 약 0.25초 만에 평형에 닿으므로 포화도는 약 98 %로 유지되고 운반량은 약 3,600 mL/min이 된다. 대회가 해발 1,500 m라면 대기압 약 634 mmHg에서 쉴 때 PAO2가 약 76, 포화도가 약 94 %로 떨어진다. 대회 속도에서는 숨을 더 쉬어 PAO2 약 85, 포화도 약 96 %를 지키지만 운반량은 해수면보다 약 3 % 적다.
핵심 정리
- 기체는 분압 차를 따라 흐른다. 산소 분압은 대기 약 160 → 기도 약 150 → 폐포 약 100 → 동맥 약 95 → 모세혈관 끝 약 40 → 미토콘드리아 몇 mmHg의 계단을 내려간다.
- 폐포 가스식 PAO2 = FIO2 × (PB − 47) − PaCO2/R. 산소 농도를 올리면 오르고, 고도가 높거나 환기가 줄면(PaCO2↑) 떨어진다.
- 건강한 폐에서 산소는 모세혈관 통과 시간(쉴 때 약 0.75초)의 첫 3분의 1 만에 평형에 닿는다. 막이 두껍거나 고도가 높으면 운동할 때 확산 제한이 드러난다.
- 헤모글로빈 해리 곡선은 S자다. 산·이산화탄소·열·2,3-DPG는 곡선을 오른쪽으로 밀어 조직에 산소를 더 내놓게 한다(보어 효과). 일산화탄소는 운반 자리를 빼앗고 곡선을 왼쪽으로 민다.
- CaO2 = 1.34 × Hb × SaO2 + 0.003 × PaO2(약 20 mL/dL), DO2 = CO × CaO2 × 10(약 1,000 mL/min). 빈혈에서는 포화도가 정상이어도 함량이 준다.
- 션트(V/Q = 0)로 생긴 저산소혈증은 산소 농도를 올려도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중탄산으로 운반되고, 산소를 놓은 피가 더 많이 싣는다(홀데인 효과).
확인 퀴즈
해수면(760 mmHg)에서 FIO2 0.21, PaCO2 40 mmHg, R = 0.8일 때 폐포 산소 분압 PAO2에 가장 가까운 것은?
헤모글로빈 10 g/dL, SaO2 0.98, PaO2 100 mmHg인 사람의 동맥 산소 함량은?
격하게 운동하는 근육에서 헤모글로빈 해리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로 알맞지 않은 것은?
100 % 산소를 줘도 동맥 산소 분압이 거의 오르지 않는 저산소혈증의 원인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심박출량 18 L/min, 동맥 산소 함량 20 mL/dL일 때 산소 운반량은?